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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통령은 "규제 풀겠다".. 현장선 딴짓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0 17:39

수정 2018.04.20 17:39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정부는 혁신성장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기술.신제품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이제 더는 실리콘밸리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이날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문을 연 LG사이언스파크 개장식 축사에서다. 문 대통령 말처럼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간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에 의지를 보인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J노믹스의 양대축을 이룬다.
지난 2월엔 현대차가 개발한 자율주행 수소차 '넥쏘'를 타보기도 했다. 그보다 하루 전엔 태양광 업체 한화큐셀을 찾아 "업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이 일자리 나누기의 모범을 보여서다. 지난해 11월엔 청와대에서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둔 것도 문 대통령이다.

그러나 현장은 대통령 뜻과 다르게 굴러간다. 기업들은 더 이상 규제개혁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말해봤자 입만 아프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카카오택시가 야심차게 선보인 '즉시배차'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다. 기존 택시업계 반발을 우려해서다. 신기술에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한다는 규제샌드박스는 기득권의 벽에 가로막혀 샌드백 신세다. 며칠 전 보건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는 투자개방형 병원 정책에 '적폐' 올가미를 씌웠다. 의료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러니 고용이 좋을 리가 없다. 3월 실업률(4.5%)은 월별 기준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4%다. 1.4분기 실업급여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소득을 올려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동시에 일자리도 만든다는 소득주도성장은 한계에 부닥쳤다. 그 대안이 혁신주도성장이다. 하지만 혁신성장은 채 시동도 걸지 못한 채 엔진이 싸늘하게 식었다.

LG사이언스파크엔 연구개발 인력만 2만2000명이 모인다. 이곳이 명실상부한 '한국판 실리콘밸리'가 되려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누리는 만큼 자유를 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득권층의 장벽, 공무원의 관치 근성을 깨는 데서 출발한다. 지난해 11월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정부가 벤처 활동을 막는 규제를 없애면 2022년까지 좋은 일자리 200만개를 새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제발 이번만은 "규제를 풀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이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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