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무너지는 스타벅스 성공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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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 어느 날 미국 시애틀의 한 커피숍. 동네 커피숍 수준에 불과하던 이곳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드립커피 기계를 주문한 걸 이상하게 여긴 한 스웨덴 가정용품 생산업체 임원은 이곳을 찾았다가 수마트라 드립 커피 한 잔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긴다.

그로부터 1년 뒤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 커피숍의 마케팅 매니저로 들어온 그는 몇 년 뒤 이곳의 체인점 6개를 모두 인수, 세계적 체인점으로 키워낸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1981년 당시 '스타벅스'란 이름의 이 매장에 들어섰을 때 첫인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곳에 처음 들어선 날, 감상적으로 들리겠지만 마치 내 집에 있는 것 같았다.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내가 지금 특별한 장소에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매장 창업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좋은 커피에 대한 얘기를 듣고선 '신이시여, 이게 내가 그동안 찾아 헤맸던 바로 그겁니다'라고 말했다."

슐츠는 시작부터 스타벅스를 단순한 커피숍이 아닌, 집이나 직장처럼 사람들이 모여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제3의 장소'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런 남다른 접근방식으로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가진(2만8000여곳) 세계적 커피제국이 됐다.

#. 2018년 4월 12일 오후 미국 필라델피아 시내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14년 지기인 흑인 남성 라숀 넬슨과 돈테 로빈슨이 미국 필라델피아 시내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섰다. 이곳에서 10분 뒤 부동산업자와 미팅이 있어 잠시 기다릴 참이었다.

그러나 매장에 들어선 지 2분 만에 매장 매니저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수갑을 찬 채 연행됐다. 음료나 베이커리를 주문하지 않고 매장에 잠시 앉아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무단침입죄로 연행된 이들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수감된 지 한시간 만에 풀려났다.

사건이 일어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시 매장 안에 있던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스타벅스를 향한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 영상에는 제복 입은 경찰 여러 명이 저항하지 않는 넬슨과 로빈슨에게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 담겼다. 경찰들은 아무런 질문도, 어떤 권리도 알려주지 않은 채 이들을 연행했다. 이들과 미팅이 약속돼 있던 백인 부동산업자가 뒤늦게 도착해 경찰들에게 "이들이 왜 나가야 하느냐. 이건 완전한 차별"이라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해당 매장에 수십명의 시민이 몰려와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논란이 커지자 슐츠 회장과 케빈 존슨 최고경영자(CEO)는 피해자와 소비자에게 거듭 사과하며 재발방지책을 내놓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을 연행해 논란을 촉발한 필라델피아 경찰 간부도 "초기대응에 비참하게 실패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추가 사례가 폭로되고 '보이콧 스타벅스'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확산되는 등 비난 여론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왜일까. 스타벅스의 성공신화를 가능케 했던 '집이나 직장 같은 제3의 장소' 마케팅에 대한 배신감 때문은 아닐지.

이번 사례는 스타벅스의 '제3의 장소' 콘셉트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몇 시간이고 사람들을 만나고, 쉬고, 일할 수 있는 공공장소라는 스타벅스의 브랜드 이미지와 모순된다. 스타벅스는 다음달 29일 오후 미국 전역 직영매장 8700여곳의 문을 닫고 직원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예방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매장 내 무의식적인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고 모든 고객이 환영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알아야 할 건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기본 콘셉트가 아닐까.

sjmary@fnnews.com 서혜진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