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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원화 국제화, 길게 보고 재추진해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2 17:11

수정 2018.04.22 17:11

[fn논단] 원화 국제화, 길게 보고 재추진해야

최근 외환시장과 외화자금시장이 예민해졌다.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등 투명성 제고에 관한 한·미 간 논의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되면서 자본의 해외유출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매우 커 수출경쟁력 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 금융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은 데 비해 개방도는 높아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나 빈번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환율과 금리 등의 변동성 확대에도 염려가 많다.

막연한 두려움을 씻어내려면 금융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의 약 4% 초반 수준인 700억달러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외환보유액도 약 4000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이어서 국내 자산에 대한 투자수요는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 요인의 변화에 불안감이 들솟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외환위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거나, 우리 경제에 대한 자신감 약화를 방증한다.

대외 충격에 대한 우리의 외화 방어 역량이 상당하다. 외환보유액은 국제기준으로 볼 때 충분하다. 다만 외환보유액의 심리적 저지선에 가까워질 경우 위기를 증폭시키는 투기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고 외환보유액 소진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제2선 안전망으로서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가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정책수단으로 부각되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액과 달리 기회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지속성도 있다. 올 2월 현재 우리의 통화스와프 계약은 양자간 및 다자간을 포함해 총 1274억달러에 이른다.

통화스와프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공시효과로 인해 위기예방효과가 있으며 위기 시 스와프 거래를 통해 위기극복에 도움이 된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는 특정국에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고 여러 국가에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위기 때 실질적 도움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근본적으로 제어하려면 현재 잘 구축된 중층적 외환안전망을 바탕으로 이제는 원화의 위상을 높여 유사시 자본유출 리스크를 근원적으로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우리 실물경제의 국제 위상은 원화 국제화에 충분조건을 형성한다. 통화 국제화의 기본 토대는 일부 자본거래 외에는 상당 부분 마련돼 있다. 다만 환투기 대응 역량의 미흡, 지정학적 리스크나 과도한 금융규제 등은 제약조건이다. 우선 원화에 대한 수용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호주는 10년 정도의 장기계획을 세워 호주달러화의 국제화를 꾸준히 단계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준안전통화 지위로 격상시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단된 원화 국제화를 장기적으로 재추진해야 한다. 우선 무역거래와 관련된 원화결제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 아울러 원화표시 자산에 대한 안정적 수요가 뒷받침되도록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물론 외환부족 시에 만들어졌던 외환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 지속에 따른 원화절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내국인의 해외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원화 국제화 과정에서 우리 금융산업의 국제화와 외환시장 관리역량의 배가라는 부산물도 기대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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