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성주 사드반대 대치현장 가보니..韓美장병 400여명 난민수준 생활

지령 5000호 이벤트

-100여명 수용 가능한 곳 400여명 집단 거주
-비새는 숙소서 겨우 쪽잠
-오.폐수까지 터져 생활시설 보강 시급
-일부 주민 ″아들같은 장병 먹고 자게는 하자″

사드 반대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22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서 열린 '제7차 소성리 범국민평화행동' 집회에서 "사드기지 내 공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fnDB
[성주(경북)=문형철 기자]지난 21일 밤 늦게 찾은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일대는 마치 전운이 감돌듯 묘한 긴장감과 적막감만 흐르고 있었다.

기지내 병사들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며 관련 공사 장비 반입을 추진하는 국방부와 사드 관련 장비 반입을 우려하는 주민·사드 반대 단체들간 첨예한 대립만이 지속중이다.

기자는 이념이나 진영에 상관없이 정말로 기지내 병사들의 근무환경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싶었다.

하지만 사드기지 위병소 인근은 삼엄한 이중삼중의 경계로 취재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우여곡절끝에 사드 기지 위병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 10시 40분께.

마을 입구에서 1시간 넘게 오르막길을 오르니 숨이 턱까지 찼다. 겨우 눈앞에 나타난 것은 어둠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철조망과 경계등 불빛.

잠시후 신분 확인을 위해 다가온 병사들에 의해 더이상 접근 취재는 불가했다.

다음 날 아침, 기지내 사정에 밝은 한 군 관계자를 만나서야 비로서 기지내 상황을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약 400여명에 달하는 한미 장병들의 근무 환경은 최악이었다. 거의 난민 수준의 열악한 환경에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인으로서 작은 불만이라도 배설할 틈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먼저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미군과 우리 장병들이 뒤섞여 식사하는 모습이다. 좁고 지저분한 상황"이라며 어렵게 입을 뗐다.

그는 "성주 골프장은 최대 150여명 정도 수용하는 시설인데 400여명의 장병을 우겨넣은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했다.

그에게서 전해들은 기지내 장병들의 생활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비가 새는 복도나 좁은 로비 등에 간이 침대를 두고 생활하고, 100여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은 주방시설이 전혀 없다고 한다.

그나마 직원들 식당으로 이용하던 작은 식당에서 (기지내 근무하는 한미병사) 400여명분의 조리와 식사를 하고있다. 우리 군의 식단과 미군의 단체급식용 간편식을 같은 조리장에서 조리하고 같은 공간에서 먹는 셈이다.

전체 400여명중 170여명 정도인 미군의 경우 하루 세끼 중 점심은 전투식량(MRE)으로 떼우고 있고, 물 용량 부족으로 샤워 등 제대로 씻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장기간 방치된 오폐수 처리 문제도 골칫거리라고 한다. 기본적인 생활하수 처리가 원활하지 않아 군 장병들의 위생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폐수 시설도 큰 문제"라며 "화장실이 자주 막히거나 역류하는 사례가 잦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오폐수가 저장되는 공간이 용적량을 초과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점차 기온이 올라가고 여름 장마철이 되면 위생상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앞으로 근무할 장병들을 위해서 주거 공간에 대한 공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도 '아들같은' 장병들의 열악한 생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주민은 "우리네 정서가 언제부터 사람들 먹고 입고 자는 것도 타박했노"라며 "기지 쪽에서 주민 대표에게 (장병 생활 개선을 위한 장비 도입 및 공사 장면을) 확인시켜준다 했는데, 이짝(반대단체)서 필요 없다 안했나"라고 말했다.

국방부측에서 군 장병들의 의식주 여건 개선과 오폐수 처리 등 위생을 위한 시설에 한해서만 장비를 도입하고, 시설공사 장면을 확인시켜 주겠다고 했는데도 사드 반대 단체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사드반대 단체들의 의구심은 여전했다.

한 단체 회원은 "국방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우리 군인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라면 반대하지 않지만, 사드를 운용하는 미군이 사용하는 공간은 허락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소성리를 떠나면서 국방부도, 사드반대 단체도, 소성리 주민들이 원하는 게 과연 무엇인 지에 대한 절실한 고민이 없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한편 국방부는 23일 오전부터 경찰 협조아래 주민 강제해산 과정을 거쳐 기지에 공사용 자재와 장비를 실은 덤프트럭과 근로자들을 태운 승합차 등 차량 22대를 반입했다.

충돌 과정에서 주민 10여명이 다쳐 이중 5∼6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