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삼성생명 보유 ‘20兆 전자 지분’ 물산서 매입 가능성 커져

'지분매각 압박' 삼성생명의 선택은
취득원가서 시장가치로 공정위 이어 금융위까지..보험업 개정안에 힘실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물산..최근 비영업용 자산 매각중 실탄 마련인지에 관심 쏠려


삼성생명이 보유한 27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방법을 두고 삼성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난제인 금산분리(은행.보험사 등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의 결합 제한) 문제를 두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에 따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8.23% 처분해야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의 경우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적·자발적 개선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정조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순환출자 해소에 나선 삼성그룹에 금산분리 문제는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과제다. 삼성그룹은 현재 '이건희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1062만여주)를 갖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과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 등 전방위 압박은 이미 시작됐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3% 이내로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채권이나 주식가치를 종전 '취득원가' 기준에서 '시장가치'로 바꾸는 게 골자다.

작년 말 기준 삼성생명 총자산은 283조원으로 3%(약 8조원)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취득원가로는 5000억원대이지만 시장가치(21일 종가, 259만5000원)로는 27조원대에 달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20조원 규모의 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작년부터 자사주 소각작업을 진행 중인 점도 부담이다. 삼성생명과 함께 삼성화재도 전자 지분 1.44%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보통주 1798만여주, 우선주 322만여주를 2년간 분할해 소각한다고 밝혔다.

올해도 899만여주의 자사주(보통주 기준)를 소각하면 금융 계열사의 전자 지분율은 9.67%에서 10.45%로 상승한다. 금산법(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은 비금융회사 지분을 10% 넘게 가질 수 없다.

■삼성물산 지분 매입 등 시나리오 나와

시장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생명·SDS·바이오로직스, 약 22조원)을 매각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금산분리를 완전히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물산의 비영업용 자산 매각 등도 이런 배경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한 번에 대거 매각하고, 이를 삼성물산이 일시에 매입하는 방안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 시 발생하는 유배당 계약자의 배당규모, 지배력 공백 시 발생하는 경영권 리스크, 지분매각 시 주식시장 영향 등 다방면에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산분리가 쉽지 않은 문제임을 감안하면 삼성그룹은 여러 대안으로 감독당국과 조율한 후에 최종안을 중장기 로드맵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mjk@fnnews.com 김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