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 칼럼]

정책을 적폐로 몰지 마라

모든 정책엔 빛과 그림자
국정농단은 적폐 맞지만 부동산·의료는 선택 문제

박근혜정부 부동산 정책은 적폐인가. 국토교통부 관리들은 그렇게 보는 모양이다. 지난달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가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국토부는 반성문을 냈다. "인위적인 수요 부양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는 지양할 계획"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박근혜정부 의료 정책은 적폐인가. 보건복지부 관리들은 그렇게 보는 모양이다. 복지부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 위원회'는 투자개방형 병원 같은 '의료 영리화' 정책을 포기하라고 했다. 박능후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의료 영리화에 철저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권고안은 진작 받아들여진 셈이다.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이 적폐라면 나 또한 적폐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4년 전 최경환 부총리는 당시 부동산 정책을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은 꼴이라고 했다. 불을 지펴야 할 때 에어컨을 돌리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2012년 성장률은 2.3%까지 낮아졌다. 가만 두면 1%대로 떨어질 판이었다. 경기를 살리는 데는 건설만한 게 없다. 빚 내서 집 산 덕에 성장률은 2014~2017년 기간에 높으면 3%대 초반, 낮아도 2%대 후반을 찍었다.

투자개방형 병원이 적폐라면 나도 적폐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나는 일자리 차원에서 의료개혁에 찬성한다. 여태껏 대한민국은 기계.전자공학과 졸업생들이 먹여 살렸다. 인재들은 공대로 몰렸다. 하지만 21세기 똘똘한 젊은이들은 죄다 의대로 간다. 입시성적을 보면 전국 의대 빙 돈 다음 서울공대라는 말도 있다. 의료, 제약은 차세대 먹거리다. 일자리도 거기서 나온다. 하지만 기득권의 벽은 높았다. 의사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시민단체들은 의료 영리화에 반대한다며 의사 편에 섰다.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예외로 허용키로 한 투자개방형 병원도 안 된다고 난리를 쳤다.

안다. 빚 내서 집 사는 정책엔 부작용이 따른다. 박근혜정부 때 가계빚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개인이든 나라든 빚이 많아서 좋을 게 어디 있으랴. 하지만 그 덕에 성장률이 3%를 오르내렸다. 정책엔 빛과 그늘이 있다. 성장률이 빛이라면 빚은 그늘이다. 지금은 온통 그늘에만 초점을 맞춘다.

일자리는 더 이상 공장에서 나오지 않는다. 병원 같은 서비스업에 일자리가 있다. 병원에서 일하는 수많은 의사, 간호사, 간병인, 경비원들을 떠올려 보라. 게다가 한국 의사들은 손재주가 좋다. 관리 시스템도 세계 최고다. 돈 많은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에서 펑펑 돈을 쓰고 가면 좀 좋을까.

정책에 함부로 적폐 딱지를 붙이지 말자. 최순실 국정농단은 적폐다. 그러나 경제는 다르다. 보수정부가 펴는 정책이 있고 진보정부가 선호하는 정책이 있을 뿐이다. 문재인케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쑥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서민들은 반갑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 결국은 서민 호주머니에서 건보료가 더 나가야 한다. 그래서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고 문재인케어에 적폐 딱지를 붙이는 건 무리수다. 나름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10년 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졌지만 아무도 적폐 청산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감옥에 간 이도 없다.
정책엔 플러스.마이너스가 공존한다. 부작용을 치유하는 건 차기 정부 몫이다. 경제정책에 붙은 적폐라는 용어는 물과 기름만큼 이질적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