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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환율 개입 공개하되 독자성 잃지 말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3 17:31

수정 2018.04.23 17:31

투명성 높이려면 불가피.. 시장 충격은 최소화하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문제를 협의했다. 김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 중이었다. 그는 협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점진적으로 공개해 연착륙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제도 도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5월 중 세부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무역대국으로서 외환시장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책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투명성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당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환율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할 수밖에 없다. 개입내역 공개를 거부할 실익이 없다.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개입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더 이상 공개를 미루는 것은 한국이 환율을 조작한다는 의심을 키울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공개 형식과 내용이다. 우선 형식 면에서 환율주권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는 모양새를 띠어서는 곤란하다. 외환정책과 환율은 경제주권의 핵심으로서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의 필요에 따라 독자적으로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추진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

내용 면에서 중요한 것은 공개 주기와 범위다. 얼마 간격으로 어디까지 공개할 것이냐다. 두 가지 측면을 균형 있게 봐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시장에 미칠 심리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외환시장 투명성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점진적으로 공개해 연착륙할 수 있게 하겠다"는 김 부총리의 발언은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3개월마다 매수.매도 총액을 공개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
6개월마다 순매수 내역만 공개하는 것이 적당하다. 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싱가포르 등에 적용하는 기준이다.
외환시장 정착 상황을 보면서 공개 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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