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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블록체인은 금융에 독인가 득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3 17:31

수정 2018.04.23 17:31

fn 주최 금융포럼 이틀간
금융이 나아갈 좌표 제시
최근 국제 금융계의 화두는 단연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에서 파생된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아직 정답은 없다. 기술 자체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에서도 가상화폐를 어떻게 다룰지 또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금 블록체인은 럭비공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래서 은행, 증권, 보험, 신용카드사들은 선뜻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서울국제금융포럼(24~25일)의 주제를 '금융의 새로운 지평과 도전'으로 정했다. 블록체인이 나아갈 방향을 미리 짚어보는 공론의 장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구경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연합회는 올 하반기에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은행권 공동인증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핵심 암호인 공개키를 한번만 등록하면 18개 은행에서 공동으로 쓸 수 있다. 개별 은행별로는 해외송금을 위한 국제 컨소시엄 가입이 활발하다. 증권업계도 '체인아이디'라는 공동인증 시스템을 선보였다. 온라인 주식거래나 자금이체 때 본인 인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보험사들도 움직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보험청구 절차를 블록체인 인증으로 간소화한 시범서비스를 도입했다. 100만원 미만 소액보험금은 가입자가 따로 청구하지 않아도 병원 기록을 토대로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신용카드사들에 블록체인은 위기이자 기회다. 주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를 갉아먹는다는 점만 보면 분명 마이너스다. 하지만 보안성을 높여 고질적인 카드 부정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선 플러스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 금융계는 아직 초보 수준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반면 해외는 우리보다 몇 발 앞서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큰 산탄데르은행은 이달 리플과 손잡고 블록체인에 기반한 해외송금 앱 '원페이FX'를 내놨다. 산탄데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유럽 최초의 은행이 됐다. 미국 IBM은 세계적인 해운사 머스크와 합작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국제무역과 관련한 블록체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에 비하면 한국 정부는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을 억누르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 갈 길이 멀다.

올해 금융포럼엔 데이비드 여맥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잇따라 나선다. 여맥 교수는 4년 전에 블록체인 강좌를 개설한 이 분야의 선구자다.
서양 격언에 '악마는 맨 뒤에 처진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번 포럼이 한국 금융의 미래 좌표를 제시하는 유익한 토론이 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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