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웃음과 권력

권력자들은 웃음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최근 중국 공안 당국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는 유머 동영상 앱 '네이한돤즈(內涵段子)'를 전격 폐쇄했다. 또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인기 동영상 공유 플랫폼 '콰이서우(快手)'도 자체 검열을 통해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자진 삭제하게 했다. 공안 당국은 "이들이 정부가 정한 레드라인을 넘었을 뿐 아니라 대중에게 독소가 되고 있다"고 엄포를 놨다.

외신들이 주목한 것은 그 이후의 상황이다. 검열이 일상화된 중국에서 이번 조치는 별일 아닌 것으로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이 "우리에게 웃을 자유를 달라"며 격렬하게 항의하는가 하면, 네이한돤즈의 상징인 '웃는 남자' 캐릭터로 치장한 차량들이 경적 시위를 벌이는 작은 소동이 빚어졌다.

이탈리아 기호학자이자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의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에도 웃음과 권력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詩學)'은 원래 비극과 희극 등 2권의 책으로 씌어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희극에 관해 쓴 제2권은 단 한 권의 책도 전해지지 않는다. 소설은 시학 제2권의 마지막 필사본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그리면서 그 책이 사라지게 된 사연을 흥미롭게 추적한다.

소설의 끄트머리에서 범인을 쫓던 윌리엄 수도사는 시학의 내용을 그토록 숨기려 했던 늙은 수도사 호르헤에게 묻는다. "왜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웃음에 관해 쓴) 그 책을 숨기려고 했습니까?" 그러자 늙은 수도사 호르헤는 비아냥대는 투로 "그건 아리스토텔레스가 썼기 때문이지"라고 답한다.
"그럼 도대체 왜 웃음이 두려운 겁니까"라고 윌리엄이 재차 묻자 호르헤는 신념에 찬 어투로 이렇게 말한다. "웃음은 두려움을 없애니까. 두려움이 없다면 신(神)도 필요 없을 테니까. 천박한 자들은 계속 웃겠지만, 만약에 이 책을 본 학자들이 모든 것에 대해 웃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세상은 온통 혼돈에 빠지고 말걸세."

일본 희곡작가 겸 영화감독 미타니 고키의 연극 '웃음의 대학'도 웃음에 관한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검열관과 작가 단 2명만 등장하는 이 연극의 시대적 배경은 일본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킨 1940년대. 웃음을 잃어버린 비극의 시대엔 웃음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코미디 작가와 이런 시대에 희극따윈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냉혹한 검열관이 엎치락뒤치락 대본을 뜯어고치는 과정이 연극의 전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검열관의 얼토당토 않은 요구를 받아들여 수정한 대본이 처음 것보다 훨씬 기발하고 재미있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까르르 웃다가 슬퍼지는 이 연극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