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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듯 닮은 마크롱-트럼프, 통상정책 공동전선 구축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4 17:06

수정 2018.04.24 17:06

부드러운 세계주의자 마크롱, 자신만만 국수주의자 트럼프
정치지형 급변 속 투사 공통점.. 트럼프 첫 국빈 마크롱 환대
中.獨 막대한 무역흑자 감축.. 대중 무역 개선 손잡을 듯
프랑스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멜라니아 트럼프 미 영부인(왼쪽부터)이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을 함께 걷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 도착, 사흘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멜라니아 트럼프 미 영부인(왼쪽부터)이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을 함께 걷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 도착, 사흘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고립주의에서 빼내 통상 관련 정책을 유연하게 만드는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그럴 여지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표인 중국과 독일의 막대한 무역흑자 감축,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시정에는 양 정상이 의견을 같이하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뜻밖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트럼프와 마크롱의 인상은 대조적이다. 마크롱은 부드러운 세계주의자로 지구온난화, 시리아 내전, 유럽연합(EU) 통합 강화 등에 열정을 갖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만만한 국수주의자로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 무용론을 주장하고, 미국이 외국 문제에 또는 외국과 교역으로 궁지에 몰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양 정상은 이데올로기적인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더 많다고 WSJ은 지적했다.

우선 급변하는 정치환경 속에서 움튼 새로운 움직임 덕에 정권을 잡았다는 점이 공통분모다. 경제적인 이해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 무역흑자국인 중국과 독일로 인해 마크롱과 트럼프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동병상련이 있다.

양국 정상이 이전 정권들의 궤도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점 역시 같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자유무역을 반대하고, 이란 핵협정을 뒤집을 채비를 하고,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는 등 이전에 만들어진 정책들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마크롱도 비슷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당선된 트럼프처럼 마크롱은 프랑스 경제 재건을 약속하고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는 기업들이 산별노조가 아닌 자사 노조와 개별적으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개혁부터 이윤.자산.임금 소득세 인하 등의 세제개혁, 직업훈련인 도제프로그램 전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종신고용 폐지 등에 반발한 국영철도 SNCF의 연쇄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무역에서는 미국처럼 독일과 중국때문에 수세에 몰려 있다. 15년 동안 독일에 경쟁력에 밀리고 있지만 공동통화인 유로를 쓰는 탓에 통화가치 절하를 통한 경쟁력 제고 장치가 사라졌다. 일반적인 경우 무역적자가 늘어나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수출시장 가격경쟁력을 다시 회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지만 프랑스는 유로라는 공동통화를 쓰기 때문에 통화가치 하락을 통한 경쟁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때문에 독일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프랑스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의도를 경계한다는 점에서도 마크롱과 트럼프는 닮아있다. 마크롱은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유럽 첨단기술업체 인수에 제동을 걸도록 하는 움직임을 주도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설득해 외국 투자가 EU의 안보를 위협하는지 또는 연구.우주.운송.에너지.통신 등 유럽 핵심 기술탈취로 이어질지 등을 사전에 검토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게 했다.

중국과 교역 문제에서 독일은 프랑스와 같은 방향을 가고는 있지만 보조는 다르다. 수출에 사활이 달린 터라 대중 압박에서도 훨씬 부드럽다. 자칫 중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미국은 문제가 생길 경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국의 차별적 투자.교역관행에 맞서기보다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는 미국과 프랑스가 중국 문제에서는 공동전선을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양국 간 공동전선을 구축한다 해도 양국이 추구하는 해결방안이 다르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프랑스는 WTO, 주요20개국(G20) 같은 다자기구에서 먼저 중국 문제를 다루자는 입장이다. WSJ은 프랑스 정부 자문가인 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프랑스는 독일과의 문제에서 트럼프처럼 관세와 쿼터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독일 재정지출 확대, 유럽 재정통합 등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프랑스는 트럼프의 WTO 비판에 관해서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는 있지만 미국이 WTO 개혁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체를 원하는 것인지 진의를 의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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