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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실패로 끝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4 17:22

수정 2018.04.24 17:22

도입 2년 성과 없이 끝나.. 일하지 않는 복지는 허구
일하지 않아도 국가가 소득을 지급하는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 지급에 들어가는 예산을 내년 1월부터 끊기로 했다고 영국의 BBC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본소득은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시범도입한 새로운 형태의 보편적 사회복지 제도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장기실업자 2000명에게 월 560유로(70만6000원)의 기본소득을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지급대상은 무작위로 선정됐고,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며, 2년 내 취업해도 기본소득 전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이 빈곤 감소와 고용 효과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해 성과가 확인되면 적용대상을 확대할 예정이었다.


기본소득은 16세기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재산의 유무나 근로 여부에 관계 없이 국가가 무조건적으로 주는 소득이다. 모든 국민에게 일하지 않아도 생계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다. 노동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점이 기존 복지제도와 다르다.

핀란드가 이런 실험에 나선 것은 사회복지제도의 간소화 목적이 컸다. 방만한 각종 사회복지 제도를 기본소득 제도로 통폐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또한 소득 불평등 해소와 실업자의 취업의욕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대상이었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조건 없는 소득지원이 실업자의 생활수준 향상은 물론 근로의욕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실험은 뜨거운 관심과 논란 속에 진행됐지만 결국 시행 2년 만에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핀란드 정부는 내년에 종합분석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핀란드에 앞서 스위스도 기본소득 도입을 시도했다. 2016년에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프랑(약 300만원),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에게는 625프랑(약 78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결과는 76.9%의 반대로 부결이었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대한 거부감, 세금 증가, 기존 복지제도 축소 등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양극화 시대에 대안적 복지제도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실패로 끝난 핀란드의 실험은 '일하지 않는 복지'가 허구임을 보여준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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