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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엘리엇 또 간섭.. 재벌정책 흔들림 없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4 17:22

수정 2018.04.24 17:22

현대차 지주사 전환 놓고 공정위와 헤지펀드 이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끼어들었다. 엘리엇은 23일 '제안서'에서 약 한달 전 현대차가 밝힌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주식 배당을 더 높이고 사외이사 3명을 더 뽑으라는 요구도 내놨다. 3년 전 엘리엇은 국내 1위 삼성그룹의 경영권에 끼어들어 재미를 봤다. 이제 화살은 2대 재벌 현대차로 향했다.


앞서 현대차는 뒤엉킨 순환출자 사슬을 푸는 데 초점을 맞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사재를 들여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조 단위 세금을 내기로 했다. 비록 지주사 전환은 아니지만 시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심지어 재벌개혁을 채근해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마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긍정적인 방향의 개선 노력이라 평가한다"고 말했다.

엘리엇의 간섭은 이처럼 묘한 시기에 나왔다. 3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공정위는 지켜보기만 했다. 오히려 삼성과 국민연금이 한편에 서서 엘리엇과 싸운 것이 사달이 났다. 그 바람에 삼성도 국민연금도 여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상조 위원장은 재벌개혁 전문가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김 위원장은 재벌과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었다. 일정 기간 말미를 줄 테니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라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는 신사협정 데드라인(3월말)에 맞춰 개편안을 내놨다. 개편안을 짤 때도 공정위와 꾸준히 소통했다. 삼성도 이달 초 삼성SDI가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팔아치웠다. 이 역시 순환출자 고리를 푸는 데 목적이 있다. 4대 그룹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이 가장 더딘 편이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재판이 끝나면 삼성 역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판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삼성도 거스를 수 없는 변화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요컨대 공정위와 삼성.현대차는 차근차근 지배구조 개편 로드맵을 밟는 중이다. 여기에 엘리엇이 불쑥 나타났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 수익을 추구한다. 쥐꼬리만 한 지분으로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삼성 사례에서 보듯 헤지펀드는 여론전에도 능하다.
엘리엇의 속셈에 시장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이미 공정위는 현대차 개편안에 '합격' 도장을 찍었다.
합리적 개혁파인 김 위원장이 일관된 재벌정책을 이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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