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서울국제금융포럼]"ICO 금지는 창업정신 퇴출시키는 일… 시장만 빼앗길 것"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4 17:38

수정 2018.04.25 17:25

포럼 첫째날 기조강연, 데이비드 여맥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금융학과장
융합되는 금융..혼란스러운 세계 각국 정부, 가상화폐 개념도 못 세운채 시장 규제부터 나서 ‘혼란’
심도 있는 검토와 허용으로 투자자 신뢰장치 만들어야
스위스 소도시 추크를 보라..ICO 창업주 몰려들며 성장..‘돈의 흐름’ 거스를 수 없어
ICO 지난해 등장했지만 4분기에만 50억弗 자본확충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제19회 서울국제금융포럼이 24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됐다. 포럼 첫째날 기조강연자인 데이비드 여맥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금융학과장이 '무엇이 가상화폐공개(ICO)를 성공적으로 만드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제19회 서울국제금융포럼이 24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됐다. 포럼 첫째날 기조강연자인 데이비드 여맥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금융학과장이 '무엇이 가상화폐공개(ICO)를 성공적으로 만드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가상화폐공개(ICO)가 블록체인과 핀테크, 스타트업 등의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정부들은 이를 규제하기보다는 심도 있게 검토하고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 국가에서 이를 규제하는 것은 창업정신을 퇴출시키는 일이며, 결국 다른 해외시장으로 이동하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개념도 혼동스러운데 규제 의미있나

데이비드 여맥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금융학과장은 24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9회 서울 국제금융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지난해 시장에 ICO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2017년 4.4분기에 50억달러의 자본을 확충했다"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자본확충을 위한 새로운 창구로 ICO에 관심을 가지면서 규제가 늘어나고 있지만, 워낙 새로운 것이기에 정부들이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맥 교수는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더리움의 경우 초창기부터 금융상품이 아니라 '제품'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더리움은 동일한 가격을 갖고 주식공개에 참여해서 사게 되는 형태와 다르기 때문에 집단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주식이나 유가증권에 해당하지도 않는 등 개념 자체가 혼동스러운데 규제가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맥 교수는 기업금융에 있어 가상화폐 ICO가 쓰인 좋은 예시를 들었다. 그는 "뉴욕자이언츠의 풋볼경기장을 지을 때 건설비용 확충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일정 기간 경기 관람을 할 수 있는 지정권을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했다"면서 "해당 라이선스는 유통시장에서 거래할 수도 있어 시장이 형성된 예"라고 설명했다. 더 거슬러가면 1920년 윔블던 챔피언십에서도 5년 만기 채권을 판매하고 센터코트에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팔고 매일 이 채권가격을 업데이트해 거래가 촉진됐다는 것.

■비즈니스모델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야

ICO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사업의 논리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보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장치가 있어야만 시장이 비즈니스모델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맥 교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92%의 경우 웹사이트를 통해 투자자들은 데이터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으며, 80%는 백서(공시되는 내용)를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소스코드 공개 등도 있다.

수익률을 보면 하루 거래량 기준 평균값은 7%가량으로 증권과 거의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여맥 교수는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가상화폐 중 40% 정도만 살아남게 된다"면서 "그러나 벤처캐피털 역시 대부분 사라지며, 도심 중앙에 생기는 식당들도 단계적으로 소멸된다는 점을 보면 그렇다고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ICO 금지는 창업가 정신 쫓아내는 행위

여맥 교수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시장 중심 콘텐츠를 발행하고, 재래적인 자금조달방법보다 빠르게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ICO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규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주식거래법이 적용돼야 하는지와 세금을 징수해야 하는 과세대상인지 여부다. 여맥 교수는 "대부분의 회사는 증권거래법을 적용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공시 비용 등이 발생되고 경쟁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이라면서 "증권거래법이 적용될 경우 증권 발행 회사뿐 아니라 컨설팅회사 등과 같은 제3의 업체들이 발생해 다른 주체들의 비용 문제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규제당국의 목표는 소비자 보호이며, 또 다른 취지는 자본을 조달하도록 촉진하는 것인데 미국의 경우 소비자 보호에는 초점을 맞추지만, 자본형성은 도외시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중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맥 교수는 "중국의 경우 ICO를 금지시켰는데, 경제와 금융의 질서를 깨고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주장"이라면서 "그러나 창업주들은 질서를 깨는 것이 그들의 일인데, 이를 금지시키는 것은 창업가 정신을 쫓아내는 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가 ICO가 무엇인지 정의하지도 않고, 무엇이 괜찮고 아닌지에 대한 확실한 명제가 없는 상황에서 금지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한편 여맥 교수는 스위스의 작은 도시 추크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해당 도시는 세율 8%로 가장 낮은 지역이어서 ICO를 위해 이곳으로 많이 몰려들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의 창업주들이 ICO를 통해 혁신적 시장을 창출하는 행위를 추크에서 많이 시작하는데 우리도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홍석근 이병철 박지영 김문희 이환주 최경식 최재성 김유아 남건우 송주용 오은선 기자
ICO(Initial Coin Offering)는 기업이 주식시장에 주식을 공개(IPO)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과 같이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집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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