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변화관리, 경영의 핵심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없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게 없다는 사실이다'라고 현학적 표현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우리는 평소 변화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개인이나 조직은 현재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미래의 생존전략 마련에 부단히 골몰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았던 은행에서도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은행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우리는 변해야 하며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각 사업본부로 하여금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케 하는 게 최고경영자의 경영 핵심이다. 혁신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황 분석을 하게 된다. 현행 업무프로세스와 체계의 문제점을 도출하는 작업이 수행된다. 이 단계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재의 제도나 시스템이 있게 된 배경이나 논리를 정확히 파악하라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그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방안을 창안해내야 한다는 조급증이나 대충 마무리하고자 하는 느슨한 자세로 인해 현황 분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혁신방안이 오히려 개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중시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과거는 지우고 새로운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조직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명심에서 일하다 보면 단기적으로 때론 좋은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조직에 누를 끼치는 사례를 보게 된다. 생색나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는 조직정서가 존재하는지 경영자는 늘 관찰해야 한다.

혁신방안을 확정하기까지도 어렵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변화를 거부하는 정서와 참여정신 부족이 걸림돌로 나타난다.

변화관리는 최고경영자가 솔선수범하고 직접 지휘해야 한다. 소위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가야 한다. 혁신전담팀이나 혁신리더는 최고경영자의 스텝일 뿐이다. 부하직원의 공감을 얻기 위한 끈기 있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전 직원이 한 방향으로 한목소리(One Voice)를 내도록 해야 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줄탁동시(啄同時)란 고사성어의 유래처럼 줄()과 탁(啄)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달걀이 부화할 수 없다. 달걀이 부화할 때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이때 어미닭이 밖에서 달걀을 쪼아 깨트리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달걀이 부화하기 위해서는 줄()과 탁(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제아무리 앞서 지휘한다 해도 조직원이 공감하고 따라주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
섣부른 개선안이 오히려 조직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안을 확정했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조직원에게 다각도로 설명하고 공감을 갖도록 하는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함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모든 조직이 변화를 따라잡아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