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한국GM 임직원의 눈물

"이것으로 잠정 합의합시다." 노사가 회사 운명을 걸고 베팅했던 한국GM 임단협은 노조위원장의 이 한마디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 말을 듣기까지 70일 넘게 걸렸다. 어떤 이는 7년처럼 느껴졌다고 하니 그만큼 매 순간이 고비였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노사 대표들도 한국GM 구성원이기에 가슴 졸이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타결 순간 이용갑 노사부문(노무총괄) 부사장은 테이블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례적으로 노조 지회장이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달래기까지 했으니 역사에 기록될 한 장면을 남겼다.

그는 아마도 남자가 태어나서 세 번 흘린다는 눈물을 이날 소진했을 듯하다. 다만 의미는 남달랐을 것 같다. 기쁨도 슬픔도 아니다. 절박함, 압박감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어두운 긴 터널을 빠져나온 안도감 등이 배어 있지 않았을까. 힘겨운 협상 과정도 주마등처럼 스 쳐지나갔을 것이다. 노조로부터 "당신은 한국사람이냐 미국사람이냐"라는 핀잔을 듣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답답함과 울분이 쌓여 사측 대표로는 처음으로 먼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쇠파이프까지 등장해 14차에 걸쳐 협상을 벌인 실무진의 고뇌는 깊을 수밖에 없었다. 외줄타기식 협상이 두 달 이상 이어져 피가 마른다는 표현도 부족해 보인다. 한마디로 이 부사장 눈물에는 복잡한 감정이 녹아 있었을 듯하다.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본 한국GM 직원들과 협력업체, 대리점, 지역 관계자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럼 극한 대립으로 몰아붙인 노조는 과연 무엇을 얻었을까. 손익계산서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군산공장 680명 일자리와 자녀학자금만 유지시켰다. 이 외에 연월차 등 대부분의 복리후생 조건은 크게 후퇴했다. 일자리를 지켜냈으니 노조는 이것만으로도 명분이 산다고 자평할 수 있다.

하지만 실리가 없다. 그동안 300여명의 영업직원은 길거리로 내몰렸다.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과 부모를 부양하는 자식들도 있다. 그들이 흘렸을 눈물의 무게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비정규직도 한식구다. 더구나 영업직원은 최전방에서 회사의 실적을 책임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노조는 그들을 지키지 않았다. 노조의 일자리 사수 의미가 퇴색되는 이유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과 다를 게 없다. 실추된 브랜드이미지도 노조의 패착이다. 자극적인 시나리오 양산으로 한국GM의 2~3월 내수판매는 곤두박질쳐 반토막이 났다.
실제 직원들도 "이러자고 협상한 건가"라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가 법정관리 신청 시한까지 버틴 게 회사와 직원 전체를 위한 것이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노조의 무모한 승자 없는 게임 때문에 누군가 눈물 흘리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