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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옥죌 상법 개정안, 보완책 병행하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5 16:55

수정 2018.04.25 16:55

투기자본에 경영권 노출.. 창에 맞설 방패는 있어야
5년 전 재계 반발로 보류됐던 상법 개정안을 법무부가 다시 추진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는 상법을 개정해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등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법무부는 소액주주의 권한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집중투표제를 적용하면 회사가 사내.외 이사를 뽑을 때 주주는 자기 주식 수보다 더 많은 투표권을 가질 수 있다. 한 회사가 사외이사를 3명 뽑을 경우 의결권주식 10주를 가진 주주는 이사 1인당 10표씩 총 30표의 투표권이 생긴다. 사외이사 1명에게 30표를 몰아줄 수도 있다.
법무부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자는 의견을 냈다. 다중대표소송제를 적용하면 소액주주가 자회사나 손자회사 임원에게도 소송을 걸 수 있다. 상장한 모회사 주식을 0.1%만 가져도 된다. 비상장의 경우도 1%만 가지면 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적용하면 대주주는 최소 1명의 감사위원에 대해서 의결권을 3%만 행사할 수 있다.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아서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지난 23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배당률을 최대 50%로 높이고, 다국적 기업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도 더 뽑으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현대차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로 했다. 그러자 엘리엇이 제동을 건 것이다.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의 지분은 각각 1.5%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막고 소액주주의 힘을 키워 기업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데드라인까지 거론하며 압박한 끝에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올 초부터 잇따라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기업들이 엘리엇 같은 투기자본에 휘둘리기 쉽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대 기업 중 4곳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외국기관이 선호하는 이사 최소 1명을 뽑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이다. 미국, 일본 등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해 대주주가 방어할 장치를 만들어 놨다.
기존 주주가 싼값에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포이즌 필(poison pill) 같은 제도다.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면 기업 경영 투명성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기업사냥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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