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한의학硏, 갱년기 우울증 침치료 작용기전 밝혔다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6 09:23

수정 2018.04.26 09:23

여성호르몬 결핍에 의한 우울증 완화에 효과 있는 경혈자극 작용기전.
여성호르몬 결핍에 의한 우울증 완화에 효과 있는 경혈자극 작용기전.

【대전=김원준 기자】침이 뇌 기능 조절 물질을 증가시켜 갱년기 우울증을 개선한다는 작용기전을 국내 연구진이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의 임상의학부 류연희 박사팀은 침 치료를 통한 갱년기 우울증 개선 효과를 동물실험으로 밝히고 뇌 신경영양인자 발현을 통한 작용기전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와는 달리 갱년기 우울증의 침 치료 작용기전을 약물학적 기법을 활용해 밝힌 점이 차별화된다. 연구결과는 지난 1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우울증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2배 이상 많이 발병되며, 특히 갱년기 우울증은 40~50대 여성의 20~30%가 겪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갱년기 질환이다. 그러나 약물 또는 호르몬 치료의 경우 부작용이 크며 꾸준히 실시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 한방병의원에서는 침 치료가 주로 활용돼 왔다.


연구팀은 난소절제술(OVX)로 여성호르몬 결핍을 유도한 갱년기 우울증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여성 질환에 효과가 있는 혈자리인 ‘삼음교(三陰交)’에 침 자극을 줬다. 행동평가, 미로실험, 강제수영장치 등 동물실험 결과, 침 자극을 준 실험군이 침 자극을 주지 않은 대조군보다 우울증 완화 효과가 뚜렷했다.

삼음교는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의 혈자리로 생리통, 불임, 자궁 출혈 등 여성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작용기전을 밝히기 위해 먼저 뇌 해마 부위에서 단백질의 발현량을 확인해 본 결과 경혈자극이 해마에 작용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와 신경펩티드 Y(NPY)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어 약물학적인 기법을 활용해 뇌 기능 조절물질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결과, 경혈자극이 BDNF의 발현을 증가시켰고, BDNF의 증가가 NPY의 증가를 유도해 우울증을 완화시킨다는 뇌 작용기전을 규명했다. 경혈 자극이 호르몬 변화에 의해 파괴된 항상성을 회복하기 위해 BDNF 강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갱년기 우울증뿐만 아니라 뇌기능 항상성 파괴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정서질환에 침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밝힌 것으로 관련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현희 한의학연구원 박사는 “우울증 외에도 연구 범위를 넓혀 다양한 정서질환 완화에 기여하는 침 치료의 작용기전 연구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류 박사팀은 지난 3월 질병에 따른 피부민감점과 경혈이 약 70% 이상 일치함을 규명하며 경혈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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