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특허같지 않은 면세점 특허정책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6 17:24

수정 2018.04.26 17:24

[기자수첩] 특허같지 않은 면세점 특허정책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이제는 애물단지다." 국내 면세점사업을 놓고 하는 말이다. 한쪽에선 여전히 면세점이 매력적 사업이라고 얘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면세점은 이제 레드오션이 됐다고 본다. 한류 바람과 중국인 단체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국내 면세점사업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국내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14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면세점시장 문을 노크를 했고 특허를 차지하기 위해 지금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사드사태와 정부의 신규 출점 허용 등으로 면세점은 어느새 애물단지가 됐다는 인식이 크다. 실제로 다수 기업이 누적되는 적자와 악화된 영업환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영업이익이 1년 만에 99% 줄었고 2위인 신라면세점은 26% 감소했다. 면세점의 상징과도 같은 공항면세점은 한화갤러리아가 지난해 제주공항에서 발을 뺀 데 이어 올 2월에는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일부 사업을 철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에는 중소.중견 면세점인 삼익면세점도 인천공항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이런데도 정부나 공항공사는 면세점 영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적자투성이 사업에 그렇게 많은 기업이 뛰어드는 건 결국 먹을 게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설명회에는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를 비롯해 신세계, 신라, 현대백화점 등 9개 유력 기업이 참여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면세점업계는 '어쩔수 없이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면세점산업 특성상 큰 규모의 입찰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허를 얻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영위할 수 없는 만큼 일단은 도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면세점업계에서는 특허사업 같지 않은 특허정책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지적한다. 갱신 시점에 결격사유가 있으면 퇴출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운영이 보장된다. 하지만 면세점은 5년의 기한을 두고 기간이 만료되면 모든 것을 초기화하고 새 판을 짜야 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면세점을 운영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던 시대는 이제 갔다.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면세점들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지 않아도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묘안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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