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4.27 판문점 선언, 평화 주춧돌 놓았다

지령 5000호 이벤트

한반도 데탕트 향해 첫발, 北 비핵화로 결승선 넘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70년 분단사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가진 역사적 대좌였다. 두 정상이 개성에 남북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각종 민족공동행사 개최를 추진키로 합의한 것은 고무적이다. 남북이 대결에서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로 전환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차원에서다. 이날 판문점 선언으로 싹튼 평화의 싹이 올가을 평양에서 두 정상이 다시 만날 때는 한반도 전역에서 만개하기를 기대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날 정상회담에서 일군 몇 가지 구체적 합의는 반길 만하다.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 진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갖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5월 중 장성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 추진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북측이 그간 기피했던 남북 간 핵 대화에 응한 것도 일단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판문점 공동선언을 곱씹어 보면 아쉬운 대목도 눈에 띈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3대 의제를 지향하겠다는 염원은 담겼으나 최대 현안인 북핵 폐기를 위한 확고한 로드맵이 안 보여서다.

물론 70년 체제 대결의 시대가 하루아침에 종식되긴 힘들 게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핵동결 의지를 높이 평가했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나 국민적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한 느낌이다. 언제든 민족적 참화를 부를 시한폭탄을 제거할 담보 없이는 평화 구축이나 남북관계 진전 등 여타 합의들의 의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2000년 6.15공동선언 그리고 2007년 10.4선언 등 기념비적 합의문들이 휴지조각이 된 까닭이 뭔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개혁.개방보다 핵무장 등에 기대 체제를 지키려는 세습정권의 의중이 주요인이었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아무리 그럴싸한 평화체제를 만들 설계도를 그리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라는 토대를 다지지 못하면 사상누각을 세우는 격임을 유념할 때다. 북측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방식으로 핵.미사일을 폐기하도록 계속 설득해야 한다. 후속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분야별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니 그래서 다행스럽다. 북측의 선언적 수준이 아닌, 구체적 핵 폐기 의사가 확인될 때까지 대북제재 공조 유지가 불가피함은 불문가지다.

차제에 김 위원장의 통 큰 발상의 전환도 절실히 요구된다.
비무장지대나 서해상의 긴장완화 합의를 넘어 한반도 전역의 평화모드 전환이 완성되려면 비핵화는 필수 통과의례다. CVID식 비핵화를 결심해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하고 확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보장(CVIG)'을 받는 게 유일한 출로다. 6월로 예상되는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핵.미사일 개발 중단 약속을 넘어 완성한 핵무기와 은밀히 추출 중인 핵 원료까지 말끔히 없애겠다는 약속을 하기 바란다. 나아가 주민들이 외부세계를 접할 수준의 개혁.개방의 대도로 나오지 않으면 북한의 정상국가화도, 피폐한 경제의 회생도 불가능함을 강조하고자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