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새 사회적 대화기구, 미래를 보고 나아갈 때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합의에 이르자."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마주 앉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말이다. 남북 정상이 한 책상에 마주 앉아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11년이 걸렸다. 회담 결과는 차치하고 큰 그림에서 한반도 비핵평화 여정의 첫발을 뗐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우리 사회는 또 다른 '대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23일 노사정 대표자들의 모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 방안에 합의했다. 민주노총이 1998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다시 20년 만에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 후 나온 결실이다.

노사정 대표들은 5월 회의부터 노사 중심의 사회적 대화기구로 의제별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참여 주체를 여성, 비정규직, 청년 등으로 확대하고 사회 주체들이 직접 참여해 의제 개발, 정책 제안 등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국단위 노사 단체뿐만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청년, 비정규직, 여성,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20여차례 걸친 청년실업 대책을 발표하고 10조원 쏟아부었지만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를 찍고 있다.

문제는 매번 나왔던 대책들이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청년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은 큰 변화이지만 대부분 임금보전 지원을 통한 중소기업 취업 유도나 중소기업을 지원 방식이다. 신규일자리 10곳 중 2곳에 불과한 '양질의 일자리'만 바라보는 청년들의 자발적 실업을 막기 위한 방편이라고는 하지만 '미봉책'이다. 비판과 함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규제 혁파와 사회구조 개혁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정부 정책에 대해 "규제 혁파와 사회구조 개혁이 선행되지 않고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규제 혁파는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나갈 수 있겠지만, 사회구조 개혁은 정부 몫이 아니다. 이는 노사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 등 다양한 사회계층이 마주 앉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모든 문제를 공론의 장에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청년실업, 저출산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 업종 내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원청과 하청 갈등 등 지금까지 쌓여온 구조적인 문제는 사회 구성원의 지혜를 모으는 것 말고 해법이 없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경영계에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실직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강화가 선제돼야 한다. 이 또한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 경영계와 노동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등이 참여해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뤄내야 할 부분이다. 당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조선업종과 한국GM 사태 후폭풍으로 관련 업체와 해당 기업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의 어려움에 대한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사회적 대화기구가 할 일이 많아 보인다.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앞일은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회적 대타협의 틀과 뼈대가 만들어진 만큼 사회 구성원 모두 양보와 타협을 통해 우리 사회를 위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창구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원점으로 돌아가지 말고 미래를 보며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나가는 계기가 되자"고 말했다. 우리 노사도 원점으로 돌아가지 말고 미래를 보고, 미래 세대를 보고 지향성 있게 나아갈 때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