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대륙으로 뻗어나갈 한반도를 꿈꾸며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9 16:42

수정 2018.04.29 16:42

[데스크 칼럼] 대륙으로 뻗어나갈 한반도를 꿈꾸며

중국 지린성 훈춘시 팡촨풍경구.

이곳은 한반도의 최북단 두만강을 경계로 오른쪽은 북한, 왼쪽은 러시아 그리고 땅을 밟고 있는 중국, 3국의 영토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을 바라보는 3국 국민의 느낌은 다르다. 중국인들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지척에 있는 동해를 바라보며 러시아와 치열한 전쟁에도 동해로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떤 감정일까.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강 건너에 있는 북한이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두만강 철교를 바라보며 언젠가 남북을 연결하는 철로를 따라 이곳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진출하는 꿈을 꾸게 된다.

기자가 박근혜정부 시절 중국특파원을 할 때만 해도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이로 인해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중러 관계까지 얼어붙으면서 이 같은 생각은 그저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4.27 남북정상회담은 그 꿈에 한발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으로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1조 6항에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서울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길이 약 500㎞ 경의선은 지난 1951년 운행이 중단된 이후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복원사업이 논의돼 2003년 연결됐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이후 10여년간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동해선은 남한 제진~북한 금강산 구간을 연결하는 철도로, 현재 남측 강릉~제진(104㎞) 구간이 끊긴 상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운행이 중단된 경의선 노후시설에 대한 현대화 작업을 거쳐 재개통하고, 단절된 강릉~제진 구간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자는 것이다.

경의선이 개통되면 중국의 고속철도와 연결되고, 동해선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도 이어져 몽골,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가는 길이 열리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도 "북측의 교통 상황이 민망한 수준"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평창 고속열차가 좋다고 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판문점선언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려야 하고, 이는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국 북·미 회담에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원칙,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요구에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부합하는 답을 내놓느냐에 달린 셈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공동목표를 합의했을 뿐이다.
나머지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 그리고 구체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기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이번 정상회담의 명장면으로 두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배석자 없이 30여분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장면을 꼽았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을 현실화시켜 임기 내 중국 지린성 훈춘시 팡촨풍경구에서 다시 만나 남북을 가로질러 두만강 철교를 건너 러시아, 유럽으로 향하는 힘찬 기차의 모습을 함께 보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