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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벌써부터 남북 경협에 들뜰 때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9 16:42

수정 2018.04.29 16:42

판문점 선언은 첫 단추.. 북·미 회담 등 지켜봐야
지난주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07년 10.4 선언을 경협 재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남북 정상은 11년 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되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로 했다. 민간 교류와 협력을 돕기 위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둔다는 데도 합의했다.

부동산시장은 벌썩 들썩거린다. 경기북부 파주·문산과 통일로.임진각 근처 땅값이 뛰었다.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엔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북한 내 자원개발도 다시 관심을 끈다. 북한엔 텅스텐.몰리브덴 등 희귀금속을 비롯해 수천조원으로 추정되는 자원이 묻혀 있다. 한때 광물자원공사를 중심으로 성과를 내기도 했다. 판문점 만찬에 참석한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27일 페이스북에 "제대로 경협을 전개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바쁘다"고 소감을 적었다.

박 회장 말마따나 준비를 해야 하지만 이번엔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지난 20년에 걸친 남북 경협사(史)는 온통 상처투성이다. 정치, 외교, 안보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이리저리 휘둘렸다. 금강산관광이 대표적이다. 금강산을 찾은 남한 관광객수는 2005년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2008년 민간인 피격 사건이 발생한 뒤 발길이 뚝 끊겼다.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도 걸핏하면 문을 걸어잠그거나 철수했다.

섣불리 경협을 재개하면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머잖아 제3국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북.미 간 협상 결렬은 자칫 만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유엔의 고단위 대북 제재도 남북 경협의 걸림돌이다. 한국은 제재의 주요 당사국이다. 국제사회가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한 대북 경협은 당분간 유엔 제재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도전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내 언론사 사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은 비핵화 원칙을 담는 데 그쳤다.
구체적인 비핵화 작업은 이제부터다. 지금은 공연히 들뜰 때가 아니다.
1차로 북.미 회담, 2차로 비핵화 과정을 지켜본 뒤라야 비로소 남북 경협이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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