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듣기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다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30 17:03

수정 2018.04.30 17:03

[차장칼럼] 듣기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다

"요즘 TV를 보면 온통 먹는 프로그램뿐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하는 행사장이나 간담회에 가도 마찬가지다. 매번 소득주도 성장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울 지경이다. 마치 박근혜정부 시절 끝없이 들었던 창조경제 이야기와 비슷하다."

최근 만난 중소기업인들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해 공통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다.
"최저임금 올려주고, 근로시간 단축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주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이다."

대기업만이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의 납품단가 인상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등 제조원가가 상승한 중소기업 중 제조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된 기업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우선 공공조달 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수공급자계약'의 계약금액 조정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대기업과 하도급거래를 하는 중소제조업 504개사를 대상으로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기업의 57.7%는 지난해 제조원가가 전년보다 올랐다고 답했지만 정작 납품단가가 인상됐다는 업체는 17.1%에 그쳤다.

지난주 모 중소기업 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을 찾아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들조차 지난해와 비교해서 전혀 조달물품 단가를 올려주지 않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렵게 어렵게 한 달 한 달 버텨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 깊다. "주변에 나처럼 장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일하는 아주머니를 줄였다는 이야기는 이젠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내년 최저임금이 또 급격하게 오르면 정말 막막한데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중소벤처기업부는 소득주도 성장 이야기만 하면서 윗목으로 온기가 돌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만 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격려를 해주는 것뿐이다. 더 이상 바라지도 않는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다.
맛있는 음식도 늘 먹으면 싫어진다고 했다. 아무리 옳은 이야기라도 계속해서 들으면 짜증이 난다.
이젠 중소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 등을 두드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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