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북한은 기회의 땅

지하자원 잠재가치 3000조원.. 장기 개발권 헐값에 팔려나가
비핵화로 경협에 물꼬 트이길

동중국해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의 다툼이 치열하던 2010년. 일본이 열도 근해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부들을 잡아갔다. 중국은 즉각 공군기와 군함을 급파했다. 일본도 대응 무력을 전개해 군사적 충돌 위기로 치달았다. 이때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에 미사일을 쏘아도 시원찮을 판이었다. 고작 희토류 수출 중단이라니? 그런데 일본이 며칠 못가 두 손을 들었다. 어부들을 풀어주고 화해를 청했다. 희토류는 미사일보다 훨씬 무서운 무기였다.

희토류는 희귀한 흙이란 뜻이지만 실제로는 흙이 아니라 금속이다. 지구상에 부존량이 매우 적고 자연 상태에서는 농축이 되지 않아 광물보다는 흙처럼 보인다. 채굴과 가공에 많은 비용이 들고, 환경오염도 심하다. 하지만 이것이 없으면 정보기술(IT) 산업은 존립하기 어렵다. 반도체, 스마트폰, 컴퓨터, 전기차, 태양열발전 등에 필수 소재다. 세계 생산량의 95%를 중국이 생산한다.

그 희토류가 북한에서 발견됐다. 북한 자원개발성은 2011년 평북 정주에서 2000만t 규모의 매장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국, 러시아, 중국 언론들의 보도는 더욱 놀라웠다. 전체 매장량을 2억~6억t으로 추정했다. 세계 최대 매장국인 중국(5000만~1억t)보다 4~6배나 많다.

북한은 희토류가 아니라도 자원부국이다. 마그네사이트, 흑연, 철, 아연, 몰리브덴, 텅스텐, 동, 금, 니켈, 무연탄 등 주요 광물 매장량이 풍부하다. 728개 광산에서 42가지 광물이 채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름 빼고 안 나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보면 된다. 북한이 보유한 지하자원의 잠재가치는 대략 3000조원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6조달러(6400조원)로 평가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자원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 광산 사들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희토류 조사.개발.판매권과 철강 개발권을 사들였다. 중국은 식량과 자재를 국제시세보다 싸게 북한에 공급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싼값에 북한의 자원을 쓸어담았다. 러시아도 손을 내밀었다. 북한의 철도 현대화사업에 참여하는 대가로 희토류 장기 개발권을 넘겨받았다. 국제사모펀드 SRE미네랄스도 2013년 조선천연자원무역회사와 합작 형태로 25년 장기개발권을 확보했다. 북한은 지난 수년 동안 소중한 자원을 해외에 헐값에 팔아넘겼다. 서구 열강이 우리 자원을 수탈해갔던 구한말의 상황이 북한에서 재현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내가 사회에 나와 겪어보니 한국은 자원빈국 중에서도 빈국이었다. 선생님이 가르친 그 많은 자원들은 어디에 있나. 대부분 북한에 있다. 서로 딴살림을 차려 갈라선 마당에 북한이 자원을 거저 주든 헐값에 팔아넘기든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먼 훗날 통일한국에서 살게 될 후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책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 통일이 곁에 다가온 것처럼 얘기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정권이 바뀐 지금도 통일은 멀리 있다.
환상적 통일론에 젖기보다는 현실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 북한의 자원개발 사업만큼은 우리 기업들이 주도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4.27 판문점 선언이 북한 비핵화를 실현해 우리 기업들이 기회의 땅에서 마음껏 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