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원 코리아'에 납북자도 있나?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30 17:15

수정 2018.04.30 17:15

[기자수첩]'원 코리아'에 납북자도 있나?


성공적으로 끝난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국내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비핵화 및 연내 종전선언뿐만 아니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비무장지대(DMZ)·서해북방한계선(NLL) 평화지대 조성, 8.15 이산가족 상봉, 민간교류 활성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두 정상의 만남은 우리 민족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명장면도 쏟아냈다. 하지만 그 감동과 흥분의 순간 남몰래 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이들이 있다. 바로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에 납치돼 60여년간 생사도 모른 채 살아야 했던 전시 납북자 가족들이다.

전시 납북은 북한이 치밀한 사전계획을 통해 실시한 조직적 기획납북이었다는 평가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납북자 가족들은 월북한 게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고, 직장에 취직하기도 공무원이 되기도 어려웠다. 월북자 가족이라는 연좌제로 고통 받으며 납북자 가족들은 숨죽여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세월 정부는 지나칠 만큼 소극적이었다. 1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전시 납북자 중 국가에 의해 공식적으로 납북자로 인정받은 인원은 전체의 5%인 4777명에 불과하다. 인정받은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보상은 전무한 상황이다. 6.25전쟁 이후 납북된 어부 등 귀환 납북자를 중심으로 각종 보상과 보훈행정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전시 납북자 문제는 언급되지 못했다. 정부를 비롯해 언론, 국민 등 누구도 전시 납북자를 주목하지 않았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정부와 언론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하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기까지 했다. 산케이신문에서는 "북한에 가족이 납치당해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한국에도 있다"며 한국의 전시 납북자를 조명한 보도도 내보냈다.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과 민족 염원인 통일을 우리 힘으로 이루기 위해 담대한 발걸음을 시작했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이번 회담의 성과를 관통하는 정서는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전시 납북자 가족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남몰래 눈물 흘리며 속앓이만 하고 있다.
"정치권과 국민들이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단결하는 일본이 정말 부럽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도 우리 한민족이다.

jun@fnnews.com 박준형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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