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계 울린 남북 정상, 여의도만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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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4월 2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정상회담 프레스센터 안 취재진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남북 정상들의 회담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두 정상이 남북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두 손을 맞잡는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감격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환호성과 박수에는 외국에서 온 취재진도 동참했다. 특히 홍콩에서 온 것으로 알려진 한 여성 취재진은 눈물을 흘려 지켜보는 국내 취재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비록 '남의 나라'이지만 그에게도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11년 만에 이뤄진 정상회담이 큰 울림으로 전달된 터일 것이다.

같은 시간 국회의사당.

여야도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반응과 평가는 마치 같은 공간, 다른 시대에 살고 있기라도 한 듯 극명하게 엇갈렸다. 남과 북이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하나로 연결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순간에도 정치권은 정파와 정치 논리를 앞세워 분열만을 되풀이한 셈이다.

이렇다보니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향후 처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언의 법적 효력을 위해 국회 비준을 밟는다는 입장이다. 과거 2000년과 2007년 1.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들이 정권교체 후 휴지 조각이 됐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국회 처리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이라는 표면적 요건은 물론이고, 여야의 '합의'라는 실질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비준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해서도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어서다.


물론 국회가 대의기관으로서 국민을 대신해 남북정상회담 내용 및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은 의무이자 책무다. 향후 남북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건설적 비판이 아닌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든지, '정쟁'을 위한 도구로 악용된다면 11년 만의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무르익고 있는 평화 분위기를 우리 스스로 걷어차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 눈물을 보인 홍콩 기자가 느꼈을 감동과 우리 국민의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에 대한 기대도 함께.

fnkhy@fnnews.com 김호연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