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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4.27]트럼프 北美회담 장소 '판문점' 지목한 배경은.."文-金 역사적 만남, 재연하고 싶어해"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1 16:52

수정 2018.05.01 20:48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4·27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의장대 사열 후 정상회담을 위해 평화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공동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4·27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의장대 사열 후 정상회담을 위해 평화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공동사진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판문점'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면서, 당초 유력한 회담 후보지였던 싱가포르·몽골 등 제3국을 제치고 판문점이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판문점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미국 측의 회담 장소 발표가 임박했다는 게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트위터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어떤지 공개적으로 조언을 구하고 나선 데 이어 같은 날 백악관에서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북·미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판문점을 유력하게 거론하며 비핵화 협상이 잘 풀리면 제3국보다는 판문점에서 회담을 여는 것이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구상을 문재인대통령을 통해 북한에도 전달했음을 시사했다.

이날 CNN은 북한에 정통한 한 관리의 말을 인용,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의 일부 행사가 심지어 판문점 북측지역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 남북정상회담 하루 뒤 '판문점' 논의

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하루 뒤인 지난달 28일 밤 75분간 전화통화를 하는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판문점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앞서 한·미 정상간 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거론했다고 밝힌 2~3곳의 후보지 중 하나가 판문점이었다"고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을 적극 추천했는 지에 대해 "두 정상이 후보지들의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판문점으로 선회한 건 지난달 27일 전세계로 생중계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첫 대면 장면을 TV를 통해 직접 본 게 '결정타'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의 상징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청와대는 파악했다.

트럼프 대표성, 중요성, 영속성 기준 제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트위터에 "많은 나라가 회담 장소로 검토되지만, 남북 접경지역인 평화의 집(PEACE HOUSE)·자유의 집(FREEDOM HOUSE)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representative)을 띠고, 중요(important)하며, 영속적(lasting)인 장소이지 않느냐"고 했다. 대표성, 중요성, 영속성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지목과 관련 "분단을 녹여내고 새로운 평화의 이정표를 세우는 장소로는 판문점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에 감동을 선사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역사적 첫 대면 장면을 직접 TV로 본 후 자신의 성과를 극대화시킬 장소로 점찍은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리얼리티TV쇼 사회자 이력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이 점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판문점의 상징성과 대표성을 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출력'을 배가시킬 장소로 판문점 만한 곳은 없다. 금 하나를 사이에 놓고 남북으로 갈린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다.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성과에 집착하는 모양새다. 회담 성공시,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의 현장의 '주인공'이 된다. 나아가 정전협정 체결 65년만에 분단의 현장을 평화의 장소로 전환시킨 미국 대통령이란 역사적 타이틀을 거머쥘 뿐만 아니라 노벨평화상까지 노려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판문점이다. CNN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 손을 잡고 남쪽과 북쪽을 오가는 장면에 트럼프 대통령이 깊은 인상을 받아 이를 비슷하게 연출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 위로 손을 뻗는 악수를 바라고 있으며 협상이 결렬돼 자리를 나가는 순간 역시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앞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 차례 이 장소를 사용, 막상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나란히 섰을 때 감동이 반감될 수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회담 내용에 대한 보안, 도·감청에 대한 미측의 우려 등이 남아있어 마지막까지 최종 낙점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성사될 경우, 북·미 정상간 대화에 이어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남·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곧바로 열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wild@fnnews.com 박하나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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