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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서둘러 봉합한 GM 사태, 나쁜 선례 남겨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1 17:00

수정 2018.05.01 17:00

잠정합의 놓고 논란 이어져.. 文정부 구조조정 원칙 흔들
정부.산업은행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맺은 잠정합의를 두고 논란이 꼬리를 문다. 산은이 7억5000만달러(약 8000억원)를 새로 출자하는 게 과연 잘한 선택인지, 실사가 GM에 면죄부만 준 것은 아닌지 등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온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여태껏 문재인정부는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할 때 원칙을 지켰다. 하지만 한국GM을 다룰 땐 왠지 물렀다. 5월 초 최종 실사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봉합하려는 인상을 줬다.
GM 2인자인 대니얼 암만 총괄사장은 지난달 26일 한국에 도착하기 무섭게 국회를 찾았다. 바로 그날 산은은 GM과 조건부 합의에 도달했다.

지난 3월 정부는 중견업체인 성동조선에 매서운 칼을 휘둘렀다. 김동연 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성동조선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보냈다. 또 다른 중견사인 STX조선엔 생산직 근로자 700명 가운데 500명을 줄이는 고강도 자구책을 요구했다. 금호타이어를 중국 업체에 팔 때는 간접적이나마 대통령까지 나섰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뜻은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직후 금호타이어 노조는 해외매각에 찬성했다.

진보정부가 보인 강공전략은 사실 뜻밖이다. 부실기업을 정리하면 실업자가 는다. 일자리를 으뜸으로 치는 정부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원칙 고수는 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STX조선 구조조정을 매듭지을 때부터 정부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는 채권단이 제시한 시한을 어겼다. 자구안 내용도 달라졌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한국GM 사태 땐 유난히 정치권 간섭이 심했다. GM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는 요령을 알고 있는 듯했다. GM 고위 간부들은 줄줄이 국회로 달려갔고, 의원들은 이들과 머리를 맞댔다. 이때도 시한을 넘겼지만 정부는 문제 삼지 않았다. 당초 GM 본사는 지난달 20일을 법정관리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그러나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정부가 끼어들어 시한을 사흘 연장했다. 돌아보면 정부와 산은은 어떻게든 한국GM을 지원한다는 생각을 굳혔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무르게 가면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실패한다. 각오를 다지고 또 다져도 힘든 게 구조조정이다. 손에 피를 묻히는 궂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수만명 일자리가 걸린 대기업에 약하다. 대마불사다. 박근혜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수조원을 넣었다.
그 뒤 구조조정은 흐지부지됐다. 문재인정부는 한국GM을 돕기로 했다.
앞으로 한계기업 정리가 유야무야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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