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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반대 주주 손해" 엘리엇, 한국정부에 소송 추진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1 17:24

수정 2018.05.01 17:24

삼성, 긴장 속 파장 예의주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과 관련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ISD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 제도 등에 의해 피해를 봤을 때 국제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삼성 측은 일단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탓에 엘리엇의 이번 움직임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13일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중재의향서는 ISD를 제기하기 전 상대에게 분쟁 여부를 알리고 마지막 '조정'을 거치기 위한 과정이다. 엘리엇은 늦어도 올 하반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를 통해 정식 ISD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재의향서에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며 삼성물산 주주로서 합병에 반대한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의 합병을 돕기 위해 국민연금을 상대로 직권을 남용했다는 '국정농단' 특별검사팀과 법원의 1.2심 판단과 유사한 맥락이다. 당시 엘리엇은 합병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를 금지해달라고 국내 법원에 가처분 신청 등을 냈지만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ISD 추진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삼성이 엘리엇과의 법정 다툼에서 승리를 거뒀을 때부터 가능성이 점쳐졌던 것"이라면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엘리엇이 우리 정부의 '약점'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국제법무과를 중심으로 중재의향서 내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엘리엇과 다퉈보지 않고 중재에 그대로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정부는 앞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등과도 중재 없이 ISD에 들어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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