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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보험공사, 대형 조선사 선수금 환급보증 재개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1 17:31

수정 2018.05.01 17:31

문재도 사장 "경영상황 개선" 하반기부터 다시 발급키로
'구조조정' 대우조선은 제외
무역보험공사, 대형 조선사 선수금 환급보증 재개


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지난달 30일 "올 하반기에 대형 조선사에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RG는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중도에 파산할 경우,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는 지급보증이다. 조선사는 RG가 발급돼야 수주 계약을 할 수 있다.

문 사장은 이날 서울 본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올해 무역보험공사의 경영 상황이 나아지고, 조선 업황도 회복되고 있다. RG 추가 발급을 위한 걸림돌이 해소되고 있다. 정부와 협의해 (그간 내부 규정에 묶여 RG 추가 발급이 불가능했던)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에 RG를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무역보험공사의 RG 확대 방침은 지난달 초 정부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한 '조선산업 발전 전략'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무역보험공사는 조선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 중 유일하게 RG 발급이 가능한 공기업이다. 하지만 과거 RG 부실 발급 이후 최근 몇년간 RG 발급이 제한적이었다.

무역보험공사는 2000년대 후반 조선업 호황기에 중소 조선사에 RG 보증한도를 과도하게 책정하는 등 리스크 관리 실패로 수천억원의 기금 손실을 입었다. 이 때문에 무역보험기금(순자산)이 크게 고갈됐고, 정부가 몇차례 예산을 투입해 기금을 충당해왔다. 당시 감사원 감사에서 RG 발급에 따른 과도한 손실 책임을 물어 공사는 강력한 징계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후 RG 발급도 내부 규정에 따라 엄격히 제한받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 삼성중공업은 3년 연속 적자(당기순손실)로, 현대중공업은 기업별 최대 지원가능한도 초과로 무역보험공사의 RG 발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RG 발급 규모는 1조603억원이다. 이 중에 70.5%(7482억원) 구조조정 중인 조선사에 발급한 RG다.

문 사장은 "조선사 RG 발급이 부족해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족분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다. RG 발급에 관한 공사의 리스크 관리 규정을 상반기 중에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RG 발급의 또다른 배경은 무역보험공사의 실적 회복이다. 공사는 지난해 419억원 당기순손실에서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순자산) 무역보험기금은 1조2292억원이다. 공사는 잇따른 부실보증 사태로 2015년 당기순손실 1957억원, 2016년 5578억원으로 급증했었다.

다만 무역보험공사는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구조조정 중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RG 발급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문 사장은 "무역보험공사는 현재 대우조선 채권이 없다. 대우조선에 RG를 발급하면 그만큼 무역보험기금으로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RG 발급 액수 만큼 기금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구조조정 중인 중소조선사들에 대해선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따라 RG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문 사장은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기대되는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무역보험공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 사장은 "과거 대북 교역, 투자기업에 대한 무역보험 지원 경험이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가 풀린 후 국제금융자본이 참여하고 우리 수출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진다면 대(對)북한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역할을 무역보험공사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선수금 환급보증(RG) 은 조선사의 선박건조 중 조선사 부도 등으로 선박인도가 불가능한 경우 금융회사가 선주에 선수금을 대신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보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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