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한전 사장 김종갑의 10년전 ‘반성문’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2 17:17

수정 2018.05.02 21:38

[차장칼럼] 한전 사장 김종갑의 10년전 ‘반성문’


한국전력 사장 김종갑은 지난 2008년 '반성문'을 썼다.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던 김종갑을 후배 공직자들이 초청한 자리에서다. 직전에 김종갑은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 차관이었다. 그가 한 반성은 이렇다. ①산업 현장.기술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을 만들었다 ②기업들을 도와준다는 이유로 오라가라 했다 ③규제를 줄이지도, 잘못을 바로잡지도 못했다 ④위인설관(爲人設官)식으로 산하기관을 많이 만들었다 ⑤보여주기 행정이 많았다이다.

퇴직관료의 고백이자 후배들에게 한 충고치고는 파격적이다.
관료사회의 비효율, 낙하산 인사, 퇴직관료 자리 만들기, 면피성 정책, 산하기관에 갑질, 부처 간 불통 등 관료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다 한 셈이다. 정작 지금의 공직사회와 다른 게 없어 보여 씁쓸하다.

김종갑은 민·관을 오간 인물이다. 정부 관료로 31년, 대기업 최고경영자(하이닉스반도체, 한국지멘스)로 10년을 일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한전 사장에 취임했고, 현재 '비상경영' 중이다.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때까지"를 비상경영 시한으로 잡았는데, 그의 임기 내(2021년 4월) 해소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한때 수조원의 이익을 내던 한전은 현재 적자다. 지난해 4.4분기 12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당기순이익(1조593억원)은 지난해 79% 급락했다. 올 1.4분기에도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한전은 덩치에 비해 원가(전력구입비와 연료비)에 민감한 사업구조다. 정부가 원전 가동(현재 가동률 60% 수준)을 줄이면서 원가는 지난해 50% 이상 급증했다. 결국 이익을 내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긴 어렵다.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밀어붙이며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으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한전의 과도한 손실은 탈원전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킨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한 출구전략을 정부와 한전이 고민 중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직원 2만여명, 매출 60조원의 한전은 가장 관료화된 '공룡 공기업'이다. 한전은 사업과 이해관계자가 많다. 그러다보니 여러 명목의 보조금 등 '돈'이 넘쳐난다. 게다가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이유로 수십조원의 돈을 쏟아부을 텐데 비리가 발생할 개연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관리.감독은 허술하고 허점이 많다. '눈먼돈'이 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감사원 감사에서 태양광발전 허가권을 쥔 한전 직원 수십명이 뒷돈을 받거나 이권을 챙기다 적발됐다. 낙찰업체를 조작한 한전 직원, 뇌물을 받은 간부도 덜미가 잡혔다. 최근 일인데, '빙산의 일각'일 게다.

한전이 바뀌지 않고는 정부 정책에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정부와 한전은 같은 고리다.
'김종갑의 한전'은 달라져야 한다. 퇴임 후 반성문을 다시 쓰질 않기를 바란다.
현직에 있을 때 해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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