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ICO 금지, 정부가 답할 때다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가 가상화폐공개(ICO)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ICO 건수가 가장 많은 스위스는 행정절차가 길다는 게 약점이다. ICO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최대 9개월이 걸린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이 틈새를 공략했다. 두 곳 모두 행정절차를 2주로 확 줄였다. 국내기업도 25곳이 싱가포르에서 ICO를 추진 중이다. 이웃 일본도 ICO 가이드라인을 정비 중이다.

선진국들이 ICO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있다. 기업들이 ICO로 자금을 모으면 낙수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ICO는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를 끌어모은다. 기업공개(IPO)나 벤처캐피털(VC) 투자와 달리 복잡한 절차가 필요없다. 법인을 세우고 백서만 발행하면 된다. ICO가 많아지면 해당 국가도 혜택을 본다. 우선 기업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돈을 쓴다. 자금을 유치하고 나면 당연히 법인세도 내야 한다. 모금액이 크면 클수록 이득이다. 모금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 현지 컨설팅업체들도 혜택을 본다.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올 1.4분기에 기업들이 발행한 가상화폐 총액은 63억달러(약 6조7000억원)였다. 지난 한 해 ICO 모금액(53억달러)을 넘어섰다.

ICO의 맹점도 무시하긴 어렵다. 모금 절차가 단순해 투자사기도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크게 보면 ICO를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게 이득이다. ICO를 받아들인 국가 중에선 미국이 가장 빠르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7월 이미 ICO에 증권거래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제도권으로 흡수하자는 의지가 더 강하다. 보호장치만 확실하면 정부와 투자자, 발행업체 모두에게 좋다. 로버트 잭슨 SEC 상임위원은 지난 2일(현지시간) "SEC는 ICO가 증권거래법을 준수토록 하겠다는 것이지 ICO를 금지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9월 ICO 전면금지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법 개정은 하지 않아 명확한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그 탓에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도 줄줄이 해외로 나간다. 게임업체 한빛소프트는 지난달 홍콩법인을 통해 ICO를 추진, 1000만달러(약 107억원)의 가상화폐를 사전판매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국내기업 100여개가 모두 해외에서 ICO를 진행해 인재와 자본, 기술까지 유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ICO를 하면 모금액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써야 한다.
고용창출비용까지 생각하면 큰돈이 줄줄 새는 셈이다. 이미 정치권까지 ICO를 허용토록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ICO를 금지할지, 제도권으로 받아들일지 이제 정부가 답을 줄 때가 됐다.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