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휴게시간 없는 어린이집 교사 불만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3 17:18

수정 2018.05.03 17:18

점심시간 아이들 밥 챙겨주느라 정신없는데… 수당 못받고 무급노동
일부 특례업종 기준 악용..아예 휴게시간 부여 안해
7월 적용 새 근로기준법 신고때 임금체불 등 혐의
상당수 어린이집 교사들이 휴게시간인 점심시간에도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기 바빠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으나 근무수당을 받지 못해 불만이 높다. 연합뉴스
상당수 어린이집 교사들이 휴게시간인 점심시간에도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기 바빠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으나 근무수당을 받지 못해 불만이 높다. 연합뉴스


오는 7월부터 어린이집 교사들에게도 8시간 근무 시 1시간씩의 휴게시간을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법 개정과 상관 없이 교사들에게 부여해야 할 휴게시간을 일부 어린이집에서 특례업종을 이용, 근무시키면서 수당도 주지 않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일부 어린이집, 특례업종 악용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어린이집을 포함한 사회복지업이 특례(예외) 업종에서 제외된다.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의 경우 노사 합의 시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나 휴게시간 변경이 가능하다.
일부 어린이집이 이 조항을 내세워 교사들에게 휴게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개 어린이집은 점심시간을 교사들 휴게시간으로 정하지만 오히려 이 시간에 전쟁 치르듯이 더 바쁘다는 전언이다. 한 아이에게 밥을 먹이다가 다른 아이가 흘리면 닦아주고, 또 다른 아이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칭얼대면 달래줘야 한다. 또 밥을 다 먹이고 나면 정리를 하고 아이들 양치질도 도와줘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교사들은 식사할 시간이 없어 수시로 굶는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휴게시간인 점심시간에도 근무했다면 상응한 급여를 받아야 하지만 점심시간 무급노동이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교사들은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집 점심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4만여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특례업종 여부와 상관 없이 휴게시간 미부여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근로기준법상 하루 4시간 근무 시 30분, 8시간의 경우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김유경 대표노무사는 "특례업종도 휴게시간 변경이 가능하지 휴게시간을 주지 않거나 줄이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동청에 신고해 휴게시간 근무수당을 받은 사례도 있다. 김소연씨(가명)는 경기지역 한 시립 어린이집을 상대로 3년치 휴게시간 근무수당을 요구해 이 중 일부인 700만원을 받아냈다.

■"관계부처와 협의 중" "일단 지켜봐야"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는 가능한 한 어린이집 교사들 휴게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당장 인력 확충을 위한 재원 확보 등 걸림돌이 있다고 설명한다. 대안으로 일부 어린이집은 아이들 낮잠시간에 교사들이 교대로 쉬는 방안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복지부 권병기 보육정책과장은 "갑작스러운 관련법 개정으로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즉시충원도 어려워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고 당장 7월부터 문제 발생 소지가 있어 지원방안을 찾고 있다"며 "80여개 어린이집에서 휴게시간 보장방안을 시범운영 중이고 평소 교사 2명이 10명을 돌본다면 아이들 낮잠시간에는 교사 2명이 모두 일할 필요는 없어 1명은 쉬는 형태로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상황을 지켜보되 7월 이후에도 어린이집 휴게시간과 수당 문제가 발생하면 조사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황효정 고용부 근로기준혁신추진팀장은 "관계부처가 문제 개선에 나서는 만큼 지금은 지켜보고 7월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조사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로감독관들이 신고 사건만 처리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어린이집 조사에 나서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임금체불 등 혐의로 신고할 경우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김요한 조직국장은 "그동안 보육교사들이 희생하는데도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문제가 발생한 듯 이야기하는 것이 황당하다"며 "인력 충원이 근본적 해결책이고, 그게 안되면 휴게시간 근무에 따른 수당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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