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금융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 지난달 중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관료 출신을 골랐다. 사실 민간인 원장 기용은 두 번 연속 실패했다. 민간 금융인 출신인 최흥식 원장은 채용비리에 얽혀 물러났다. 시민단체에서 잔뼈가 굵은 김기식 원장은 의원 시절 의혹에 스스로 무너졌다. 문 대통령은 세 번째 실험에 도전했다.
교수 출신 기관장은 장점이 있다. 내부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제 뜻을 펼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윤 교수의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외부 출신은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교수 시각에서 보는 금융과 감독당국자의 눈으로 보는 금융은 다르다. 금감원이 갖춰야 할 제1 덕목은 전문성과 현실감각이다. 윤 교수가 1900명 거대조직을 어떻게 통솔할지는 숙제다.
개혁에 힘을 쏟는 건 좋지만 금융감독 당국이 정치색을 띠어선 곤란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둘러싼 논란을 보라. 금감원이 정권에 코드를 맞추면 개혁은커녕 개악이 된다. 외국 금융감독 기구들은 있는 듯 없는 듯 활동한다. 그래도 존재감은 뚜렷하다. 조용히 제 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우린 금융감독이 너무 시끄럽다. 조용한 개혁을 윤 내정자에게 당부한다.
최흥식 전 원장이 남긴 교훈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국이 민간 은행의 경영진 인사를 좌우하는 건 옛날 얘기다. 이젠 시장에서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고래 심줄처럼 질긴 관치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1순위 개혁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주지 않는 한 혁신기술은 지켜보는 게 옳다. 은산분리 규제에 대해서도 좀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최소한 인터넷은행만큼은 지금보다 활동 폭을 넓혀주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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