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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中 샤오미는 왜 홍콩증시로 갔을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4 17:41

수정 2018.05.04 17:41

주당 10주 차등의결권 도입 한국은 없는 규제도 만들어
세계 4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중국 샤오미가 3일 홍콩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냈다. 이르면 6월 상장하는 샤오미는 10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2014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250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상장 뒤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10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거래소는 샤오미를 유치하려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했다. 30년 만에 상장규정ㅃ을 고쳤다.
4년 전 알리바바를 뉴욕증시에 빼앗긴 결정적 이유가 차등의결권 때문이었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줘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은 주당 10주의 의결권을 갖는다. 그 덕분에 레이 회장은 보유지분이 30%대 초반이지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50%를 넘는다. 레이 회장은 "홍콩거래소가 창업자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거래소는 IPO 유치에 사활을 건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기업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요즘은 중국이 상장 관련 규제완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알리바바가 뉴욕에 상장할 당시 "돈은 중국에서 벌고, 성과(배당)는 해외투자자들과 나눈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그동안 차등의결권 구조로 해외에 상장한 기업은 중국증시 상장이 막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중국예탁증서(CDR)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 규제를 풀었다. 샤오미.바이두.알리바바는 조만간 중국 증시에도 상장한다.

한국은 거꾸로 간다. 법무부는 5년 보류됐던 상법 개정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 등 하나같이 경영진의 힘을 빼는 내용이다. 금융당국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코스피에 상장시키더니 이제 와서 분식회계라고 말을 바꿨다. 정부가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자 수십개 기업이 해외로 나갔다.

자본은 이윤을 따라 움직인다. 수익 내기 어렵고 기업활동에 장애물이 많은 곳은 얼씬도 않는다. 최근 10년간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 금액이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보다 3배 많다는 통계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세수, 일자리 등 잃는 게 많다. 역대 정권마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헛구호가 됐다.
오죽했으면 기업인들이 "정부가 기업을 도우려면 가만 있어라"라는 쓴소리를 했겠나. 정부는 기업인들의 하소연을 새겨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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