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가수 김성재, 靑 청원 1만명 돌파..재수사·재조사 가능성은?

가수 고 김성재씨/사진=연합뉴스
23년 전 의문사로 종결된 가수 김성재씨(당시 23세)의 사망사건 재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글이 1만여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재수사 및 재조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당시 김씨의 여자친구가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돼 그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지만 법조계는 일사부재리 원칙(처리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법의 일반 원칙)에 따라 재수사 등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문점 투성이, 미제 사건 밝혀야"
6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고 김성재 사건 재수사 해주세요' 청원글에는 이날 기준 1만794명이 동의했다.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제 사건이라는 것이다.

1995년 11월 20일 새벽 인기그룹 '듀스' 출신 김씨는 서울의 한 호텔 숙소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성공적인 솔로 컴백 무대를 자축한 다음날이었다.

부검 결과 오른쪽 팔에 주삿바늘 자국 28개가 확인됐고 사인은 '졸레틸'이라는 동물마취제로 밝혀지면서 추측이 난무했다. 당시 검찰은 △평소 김씨의 여자친구가 김씨 외출이나 팬들과 만남을 싫어하는 등 집착이 심한 점 △김씨에게 가스총을 쏘거나 수면시 팔다리를 묶은 전력이 있는 점 △치과대학 재학생인 여자친구가 동물병원에 가서 본인 개의 안락사 명분으로 졸레틸과 주사기를 구입한 점 △사망시간대의 상당부분을 김씨와 여자친구가 함께 있었던 점 △누군가에 의해 오른쪽 팔에 28번의 주사가 놓이거나 정상인보다 많은 마그네슘이 검출된 점 △김씨 사망 후 여자친구가 동물병원을 다시 찾아 약품구입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한 점 △여자친구가 김씨 사망 후 그리 슬픈 기색이 아니었다는 김씨 모친과 지인 진술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여자친구를 살인죄로 기소,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헤어지기로 마음을 굳힌 김씨와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으나 그런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자 그동안 누적된 불만과 김씨를 영구히 소유하겠다는 욕심에서 살해했다"고 밝혔다.

1심은 이같은 범죄사실을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2심과 3심은 △여자친구가 호텔에서 나간 시각 이전에 김씨가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작은 개 1마리를 안락사시킬만한 분량의 약물로 건강한 청년을 죽일 수 있을지 의문인 점 △김씨가 지인들에게 여자친구의 가스총·결박 관련을 이야기할 때 심각하기 보다 황당해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분위기였다는 점 △정신 감정 결과 여자친구가 성격적으로 약간 의존적이고 복종적이기는 하지만 본래 매우 긍정적인 성격이어서 타인에 비해 소유욕과 집착력이 강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졸레틸의 마약 대용 가능성에 비춰 사고사 가능성이 있는 점 △여자친구 외에 호텔에 있었던 김씨 일행 7명과 외부 침입자의 범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무죄로 판단, 판결은 확정됐다.

■법조계 "일사부재리 원칙, 기판력으로 희박"
법조계는 살인죄 공소시효는 폐지됐으나 일사부재리 원칙 및 기판력(확정 판결에 부여되는 통용성)에 의해 현실적으로 재수사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신일수 법무법인 천일 대표변호사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는데 어떻게 수사를 하겠느냐"며 "(김씨 사망사건은) 강제수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남법률사무소의 백재승 대표변호사도 "기판력 때문에 기소가 안되는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할 리가 없다"고 전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대상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기소권을 남용하거나 부실수사를 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과거사위 한 위원은 "재조사 대상이 되려면 검찰이 잘못한 사례가 있어야 하지만 이 사건은 해당사항이 없다"며 "게다가 피고인이 신청해야 하는 재심 청구도 할 수 없어 재조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