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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제2, 제3의 '스타일난다' 나오길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8 17:16

수정 2018.05.08 17:16

[fn논단] 제2, 제3의 '스타일난다' 나오길

30대 중반의 여성 기업인이 대박 신화를 썼다. 주인공은 주식회사 난다의 대표 김소희다. 지난주 세계 1위 화장품 업체인 프랑스 로레알은 난다 지분 100%를 사들였다. 인수가격은 6000억원 안팎이라 한다. 난다는 패션.뷰티 브랜드 '스타일난다'와 '쓰리컨셉아이즈(3CE)'를 운영한다. 로레알은 3CE에 주목했다.
중화권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로레알로서는 중국 색조화장품 시장 1위인 3CE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게다.

김 대표는 22세이던 2005년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떼다 파는 인터넷 쇼핑몰 스타일난다를 창업했다. 이후 톡톡 튀는 스타일로 국내외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화장품과 인테리어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난다는 작년 매출 1657억원, 기업가치 1조원의 중견기업으로 컸다. 직원 500여명에 국내외 매장만 수백개다.

외국 기업의 한국 화장품(K뷰티) 회사 인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9월 다국적기업 유니레버는 자외선 차단제로 유명한 브랜드 'AHC'의 제조업체 카버코리아를 3조원에 인수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10여년 전 비싼 외국산 화장품을 쓰던 시절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제2, 3의 스타일난다에 대한 기대도 높다. 외신들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스티로더 등의 한국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K뷰티의 성공은 정부의 선제적 규제완화가 한몫했다. 화장품산업 진입 문턱을 2000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2012년에는 등록제로 낮췄기 때문이다. 진입 규제를 풀자 당시 미샤, 카버코리아, 더페이스샵 같은 회사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이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깐깐한 눈높이에 맞춰 끊임없이 품질 향상에 나섰다. 가성비가 좋은 K뷰티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다.

스타일난다의 성공 스토리는 가뭄에 단비다. 규제완화가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뿐이다. 철강.조선 등 주력산업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앞선 유전자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들은 국내 검사항목 규제를 피해 미국, 일본 등으로 나간다. 원격진료는 20년 가까이 시범사업만 한다. 카풀서비스 스타트업인 풀러스의 출퇴근시간 선택제는 불법으로 막았다.

실리콘밸리는 새로운 시도가 거의 무제한 허용된다. 파격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일수록 더 많은 돈과 지원을 받는다. 정글에서 살아남은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 지금 미국 산업을 이끄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 대표적이다. 중국에도 이에 버금가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있다. 한국엔 이런 드림팀이 없다.

한국은 실리콘밸리를 부러워하면서도 새 것에는 인색하다. 눈에 띄는 대로 재갈을 물리고 족쇄를 채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초 "새로운 융합기술과 신산업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하라"고 말했지만 울림은 작다.
규제를 틀어쥔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작년 스타트업 정책토론회에서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며 낡은 법과 싸우는데 늘 과거가 이긴다"고 말했다.
틀린말이 아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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