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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감원 독립도 좋지만 시장은 불안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8 17:16

수정 2018.05.08 17:16

금융위와 마찰 빚을까 걱정.. '삼바 분식회계'가 시험대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 독립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윤 원장은 8일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돼서는 곤란하다"고도 했다. "금감원이 국가 위험관리의 중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학자 출신인 윤 원장에게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감원 위상 강화는 소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을 개혁하라고 윤 원장을 보냈다.
세간에선 시민단체 출신인 김기식 전 원장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취임사는 임명권자의 기대에 부응한다. 따라서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금감원장이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윤 원장이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자꾸 부닥치면 기업들만 피곤하다.

과거 금융위와 금감원은 속내야 어떻든 겉으론 협조를 다짐했다. 지난 2015년 당시 임종룡 위원장은 취임 직후 진웅섭 금감원장을 만나 '금융개혁 혼연일체'라고 쓰인 휘호를 선물했다. 1년 뒤 진 원장은 임 위원장에게 '해현경장 지미지창'이라고 새긴 휘호를 건넸다.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고쳐매고, 크고 작은 위험을 잘 살피자는 뜻을 담았다.

윤 원장과 최종구 위원장 사이는 이보다 껄끄러울 게 틀림없다. 금융위를 해체하자는 사람이 금감원장으로 앉았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금융위가 만만히 물러설까. 천만의 말씀이다. 금융위는 엘리트 공무원들이 속한 정부 기구다. 금감원은 단지 금융위가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반관반민 조직일 뿐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금감원의 역할에 대해 "금융위와 소통 협력하고 시장의 규제완화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뒤에는 기재부도 있다. 김 부총리는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에 재지정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채용비리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다. 금감원은 화들짝 놀랐다. 공공기관이 되면 예산.인사.조직 운영에서 정부가 통제권을 쥔다. 독립성은커녕 다른 공기업처럼 정부 산하기구 취급을 받는다. 금감원은 2009년 공공기관에서 풀렸다. 재지정은 정부에 매우 요긴한 카드다.

금감원이 금융위, 나아가 기재부와 삐걱대면 시장은 불안한다.
금융사와 기업들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만약 금융위가 이를 뒤집고, 다시 금감원이 금융위 결정에 반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행여 금융정책 당국과 감독 당국 간 갈등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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