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 1년]

‘한반도 운전대’ 꽉 잡았지만.. 비핵화 디테일 조율이 관건

베를린 선언부터 남북 정상회담까지.. 외교·안보분야 평가
北의 대화의지 시그널 포착, 평창올림픽으로 끌어내 평화체제 구축 첫발 내딛어
북·미정상회담 성공이 변수, 한일·한중 관계복원도 시급.. 문대통령 방일 기회 삼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직후부터 거의 단절됐다 싶었던 외교라인 복구에 최우선적으로 나서며 북한은 물론 주변국과 관계를 재구축하는 데 공을 들인 끝에 지금은 명실상부하게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반도 비핵화 운전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외교상황은 최악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핵기술을 고도화하며 미국과 극한 대립각을 세웠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은 국내 관광수입은 물론 유통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했다. 한·일 관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역사 문제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주변국과의 외교 정상화에 주력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했고, 미국과 '전쟁광' '리틀 로켓보이'라는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일촉즉발 상황까지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 '베를린 선언'은 공허한 수사 정도로만 들릴 뿐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끈기 있는 노력 끝에 외교 복원 속도는 빨라졌고, 급기야 올해 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이어 역사적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성공적인 4·27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북·미 대화 성사라는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정치적 이벤트도 주도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도 문 대통령의 끈기 있는 설득을 토대로 한 '한반도 비핵화 중재' 역할을 주목하면서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공조를 이끌어냈다.

■전문가 "북·미 회담 성공해야 운전대론 부각돼"

파이낸셜뉴스는 10일 문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외교.통일 전직 관료들이 보는 현재 상황 및 외교.안보 평가를 들어봤다. 그들은 남북정상회담까지 끌어낸 것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앞으로가 진짜 승부라며 북·미 정상회담 성공 여부에 따라 문 대통령의 외교성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내일모레 1년 계기로 (외교)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일단 남북대화를 먼저 하고 북·미 대화로 연결하는 역할까지는 잘했다. 북·미 대화의 결론이 좋아야 지금까지의 외교정책도 빛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곧바로 찾아간 곳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는 워싱턴이었다. 이미 문 대통령은 1년간 2번째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22일 세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하는 바를 읽은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반도 비핵화'를 담은 베를린 구상 발표 및 같은 해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에 평창올림픽 참가를 제의한다. 그 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호'를 발사하기에 이르지만 문 대통령은 이미 끊어진 남북대화를 재구축하기 위해 계속 북 측에 평창올림픽 참가 등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북은 평창올림픽 참가에 이어 남북정상회담까지 문을 열기 시작했다.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던 한국은 북한과 '핵 없는 한반도'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평화체제를 위한 대장정의 서막을 올렸다.

전직 외교 관료들은 남북 관계를 여기까지 끌어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판문점 선언까지 남북정상회담 가져온 것,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 비핵화정책을 잘 지탱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평가했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북한이 대화하고 싶다는 점을 잘 포착한 것은 정말 잘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 놓치면 안돼

현재 북한과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전직 외교.안보 관료들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을지 자신감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의 행보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정부가 현재 정상회담의 의미보다 비핵화 이행 과정을 제대로 조율하면서 가야 하는 숙제가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성한 전 차관은 "비핵화 관련 세부적 협의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호흡을 크게, 길게 가져야 하는 문제라서 현재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의의를 크게 두기보다 앞으로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신각수 전 차관도 "핵 검증이 사실 엄청 어렵다. 숨기기도 쉽고 은닉도 쉽다. 여전히 비핵화 이행 부분에서 틀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환 전 장관은 주변국 관계가 한·미 관계를 긴밀히 구축하기 위한 지름길이라며 일본, 중국과의 관계도 놓치면 안 된다는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사실 한·미 관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데 현 정부가 한·일 관계를 중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구체적 해결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역사인식 문제도 조금 일본 측과 속을 터놓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 9일 문 대통령의 이번 방일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진한 부분은 역시 한·중 관계였다.
다들 사드 문제에서 '3불정책(사드 추가배치 불가.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한미일 3국 군사동맹 비추진)'의 표현이 적절치 않았다고 꼬집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주권 국가로서 미래 안보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3불'이라는 약속 아닌 약속을 하는 건 좋지 않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성환 전 차관은 "3불정책 언급 등으로 중국을 너무 맞추다가 이제 와서는 '차이나 패싱' 등 중국을 너무 경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김은희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