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을 말할 때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대략 5년 주기가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각 정권 출범 초기에 '혁신'이라는 말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이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정권 초반 분위기 쇄신을 위한 수단으로 유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자아비판이다. 정부혁신의 대상은 정부 자신이다. 민간부문의 혁신을 어설프게 이야기할 경우 반발이 심할 것이고, 그래서 만만한 것이 정부 자신인 것이다. 또한 직전 정부의 잘못한 점을 부각시키고, 이를 혁신의 근거로 삼기 편한 이유도 있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를 밟고 올라가야 더 빛나 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특징은 혁신을 위한 혁신에 그친다는 점이다. 정부혁신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는 건지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이나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과거 정부들이 말했던 혁신에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새로운 것으로 비치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정부혁신을 했는데 제대로 했다면 우리 정부의 효율성이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평가(약 60개국 중)에서 30위 수준을 헤매고 있을 리가 없다.
혁신이라는 단어의 첫 글자가 왜 '가죽 혁(革)' 자인지 궁금해 이리저리 문헌들을 찾아보았다. 그 이유는 대충 이러하다. 가죽을 의미하는 또 다른 한자로는 피(皮)가 있는데, 피(皮)는 털이 있는 가죽이고 혁(革)은 무두질을 통해 털을 다 제거한 가죽을 말한다. 무두질은 상상해 보건대 각고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혁신이란 단어의 방점은 '새로움'이 아니라 바로 그 새로움을 얻고자 하는 '노력'이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또 하나의 정부혁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 혁신이라는 단어를 말하기 전에 그 혁신의 과정에서 부닥치는 고통을 감내하고, 각고의 노력을 할 준비가 됐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혹시나 정부혁신을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결국은 다음 정부도 또 정부혁신을 말하지 않을까. 이제 혁신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기대감보다는 피로감을 더 느끼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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