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담판 나선 北·美]

美, 미국인 억류자 돌아오면 북미회담 날짜.장소도 발표

폼페이오, 두번째 방북.. 북미회담 최종조율 나서
이르면 이달말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판문점.싱가포르 유력
평양 선택 가능성도 배제 못해

9일 북한을 전격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길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이달 중으로 예고됐던 북·미 정상회담의 정확한 날짜와 장소 확정이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로 억류자 사전송환 문제가 거론됐다는 점에서 그가 이번 방북에서 억류자들을 데리고 나오는 '전격 이벤트'를 연출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씨.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40여일 만에 다시 방북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최종 조율과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가 북한에서 협의를 잘 진행하고 억류자들과 함께 귀환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에서 북.미 정상회담 일정, 장소 등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다시 만난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험'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 줄타기 외교전을 구사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청와대와 외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억류자 석방이란 공개적 선물을 받아 귀국할 경우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이 이르면 이달 말 판문점이나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개최될 것이란 점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美 억류자 석방, 비핵화 수준 협의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3월 말 방북한 목적이 북한 비핵화 의지 확인과 북.미 정상회담 조율이었다면 이번 방북은 억류자 3명 석방, 비핵화와 관련해 기존 핵무기의 미국 이전 또는 폐기 등을 약속받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AP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이날 평양에 도착해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개최한 환영오찬에 참석, "수십년 동안 적국이었지만 이제 갈등을 풀고 세계를 겨냥한 위협을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등에서 기싸움을 하면서 막판 조율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리비아식 원샷 타결을 주장하며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 단계에 따른 보상을 원하는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억류된 미국인 석방 여부도 관심사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길에 동행한 기자에게 "북한에 도착하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 문제를 꺼낼 것"이라며 "북한이 이들을 석방하기로 합의하면 좋은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핵폐기에 대한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이미 핵사찰까지 수용한 상태에서 기존 완성된 핵무기를 미국에 이전 또는 폐기하는 모습까지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폼페이오는 장소와 일정, 의제 등을 확정짓고 미국인 억류자 3명과 함께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며 "북에는 기존 핵무기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등의 핵폐기 모양새도 보여달라고 할 것이다. 그래야 미국 내 반대세력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 브라이언 후크 국무부 정책기획담당에 이어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까지 데려간 것은 이 같은 핵폐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의 이란핵협의 탈퇴를 발표하면서 "오늘 (이란 핵협의 탈퇴) 조치는 미국은 더는 빈 협박을 하지 않는다는 중대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언급했다. 존 볼턴 NSC 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오늘 탈퇴의 또 다른 측면은 이란뿐 아니라 다가오는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핵확산·무기통제 합의에서는 검증과 준수의 측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북·미회담 장소 판문점? 제3국? '초미의 관심'

초미의 관심사인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일정은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으로 돌아온 후 발표될 전망이다. 이르면 이달 말 열릴 북.미 정상회담은 판문점이나 싱가포르 등 제3의 장소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27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역사적 상징성과 흥행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판문점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참모들의 반대가 심해 최종 발표가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판문점은 남북에만 좋은 일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워싱턴에 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판문점을 들어보니 솔깃했지만 실무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누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대신 북한 전용기가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중립지대인 싱가포르가 부상하고 있다.
양 정상의 신변안전과 미디어 접근성 등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벨상까지 거론되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평양으로 갈 가능성은 막판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중국을 끌어들이며 미국과 중국 사이 줄타기 외교전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