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부동산정책,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길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0 16:58

수정 2018.05.10 21:40

[데스크 칼럼] 부동산정책,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길

학창시절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친구들과 몰래 당구를 치러 다니곤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1년에 두어 차례 연중행사로 즐길 뿐이다. 점수가 30년 가까이 제자리를 맴도는 이유다.

당구를 치다 보면 실력이 부족한 탓에 도저히 수가 보이지 않을 때가 더러 있다. 그렇다고 경쟁상대인 옆사람에게 대신 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순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은 요행을 바라고 있는 힘껏 내지른다.
될대로 돼라는 식이다.

드물지만 이처럼 자포자기 상태로 내지른 샷이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운 좋게 꽉 막히고, 꼬인 상황을 극적으로 풀어준다. 그 다음에는 길이 더 잘 보이고, 하이런(연속득점)으로 연결된다. 사실 이렇게 행운이 따른 덕택에 경기에서 이기면 기분이 유달리 좋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실수나 실패도 이와 비슷하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 과정에서 '틀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위대한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1000번의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성공하지 못한 이유 1000가지를 발견한 것이 성공이라고 말한다.

실패는 강한 의지를 이끌어내기도 하고, 반대로 의지를 내려놓게도 만든다. 우리 모두는 실패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 우리는 실패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870년대 미국 피츠버그에서 피클을 만들어 팔던 작은 회사의 사장이 큰 고민에 빠졌다. '당신이 만든 피클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외부 보고서를 접한 때문이었다. 회사를 생각하면 숨겨야 했다. 건강에 치명적인 것이 아닐뿐더러 장기간 먹어야 몸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정도라니 누구라도 그런 유혹에 빠질 만하다.

하지만 사장인 헨리 하인즈의 판단은 달랐다.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 막대한 손해가 불가피했지만 스스로의 양심을 속일 수는 없었다. 우려한 대로 그 대가는 혹독했다. 회사는 도산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하인즈가 재기하는 데는 오래 시간이 필요없었다. 소비자들이 '하인즈'라는 이름을 신뢰의 상징으로 받아들인 덕분이다. 그후로 지금까지 100년이 넘도록 하인즈는 미국 식품업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구나 실패하면 속이 쓰리다. 더러는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힘 또한 실패로부터 배운 교훈에서 나온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당시 주위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것이었다. 어느 선배는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자신감을 갖고 하라"고 조언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그새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역대급 정책들을 줄줄이 내놓았다. 과거 노무현정부가 5년간 쏟아부은 정책을 모두 담아냈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아직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 남았다.
문 정부가 노 정부의 실패를 딛고 성공한 부동산정책 스토리를 써내려가길 기대한다.

"훌륭한 사람은 실패를 통해 지혜에 도달하기 때문에 훌륭하다.
"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사로얀의 말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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