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용히 끝난 울산시장 측근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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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9일 울산경찰지방청을 방문했다. 취임 후 첫 방문이었다. 취임 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울산을 찾아 일선 경찰을 격려하는 게 표면적 이유였지만 이날 관심을 끈 것은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를 선거 이후에 마무리 짓겠다"는 발언이었다.

지난 3월부터 전국적 관심사가 된 이 사건은 김기현 울산시장과 자유한국당으로부터 6.13 지방선거를 겨냥한 기획수사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토착비리 척결'이라는 원칙론을 앞세워 돌파했다.

그러나 3건의 주요 사건에서 핵심인물인 김 시장의 동생과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최근 공정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김 시장 동생의 경우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자발적으로 출석해 경찰 수사를 받았고, 비서실장 역시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 이후에도 경찰 소환을 거부하지 않고 조사에 응했다. 결과는 이들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울산지방검찰청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보여주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지금까지 드러난 수사 결과만 보면 구속은커녕 기소가 되더라도 검찰의 공소유지 자체가 어려울 정도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울산시장에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 묻는 것조차 민망하다. 애초에 무리하게 수사를 벌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경찰이 자초한 셈이다. 이 청장은 이에 대해 영장 기각만 놓고 보면 수사 결과가 미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영장에 대해서는 경찰, 검찰, 법원의 판단이 다를 수 있고 수사의 성패가 구속영장 발부가 아닌 유죄를 입증하는 것에 있다며 에둘러 제식구를 감쌌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이 같은 양상은 경찰로서도 부담스럽다.

김기현 울산시장이 10일부터 본격 선거전에 뛰어든 만큼 역공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범죄 성립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김기현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공작수사임을 보여준다며 즉각적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 청장의 이런 발언은 결국 이번 수사를 조용히 매듭짓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이 청장의 임기가 오는 6월로 끝나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정권에서 경찰청장 임기를 다 채운다는 것은 이 청장 개인으로서도 영광일 테고 남은 기간도 별 탈 없이 마무리하고 싶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60여일간 벌인 수사 결과치고는 맹탕 수준에 가깝다. 무리한 수사가 불러온 패착이 아니었는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정책사회부 최수상 ulsa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