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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한·일 해빙 무드.. 통화스와프가 시금석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1 17:03

수정 2018.05.11 17:03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동북아 안전보장 논의에 일본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문 대통령에게 축하 케이크도 선물했다. 일본 언론들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열린 정상회담 중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보도했다.

한.일 관계는 역사왜곡과 독도, 위안부 문제 등 풀기 힘든 과제들을 안고 있다. 인화성이 강한 난제들이 국내정치나 국민감정과 결부되면서 수시로 갈등이 불거졌다.
그때마다 불똥이 경제로 튀었다. 그래서 미래지향적이고 장기 안정적인 경제협력 관계가 뿌리 내리기 어려웠다.

대표적인 예가 한.일 통화스와프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상대방 국가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달러나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제도다. 2001년 20억달러로 시작해 한때 700억달러까지 규모가 불어났다. 그러나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나빠지면서 쪼그라들어 2015년 2월 완전히 끊겼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와중에도 통화스와프를 전액 연장한 중국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와 일본 언론들이 보여준 환대 분위기는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다. 이런 변화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빠르게 펼쳐지는 비핵화와 한반도.동북아 평화 정착을 향한 정세 변화 속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한.일 관계는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 시혜를 베푸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공존공영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문제를 언급했다. 지난 4일 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 "일본과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1차적 안전판은 외화보유액이다. 한국은 3984억달러(4월 말 기준)를 보유해 든든한 안전판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인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일본도 통화스와프 고리를 푸는 것을 양국 간 쌍무적 협력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양국이 정경분리 원칙을 실천해 미래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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