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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주사 전환 카드 다시 뺄까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3 17:01

수정 2018.05.14 10:34

정부, 지배구조 개선 압박.. 1년전 포기 선언한 지주사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
삼성, 지주사 전환 카드 다시 뺄까


정부가 삼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삼성이 고민에 빠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연착륙시키고, 빠른 시일 안에 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풀어야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정부와 재계는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을 해답으로 보고 있다. 이미 1년 전 지주회사 전환 포기를 선언한 삼성이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삼성을 압박했다. 지난달 2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소유 문제를 지적하며 "자발적 개선조치를 강구하라"고 한 데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지속되기 힘들다고 김 위원장은 수차례 말했다. 그동안 삼성 총수 일가는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해왔지만 금산분리 제재 강도가 갈수록 높아져 이 체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 "정부가 강요할 성격은 아니고 결국 삼성이 결정할 문제"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과거 본인이 몸담은 경제개혁연대에서 2016년 2월에 쓴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설립:분석과 전망' 보고서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모든 법률적 위험요소와 시행방안에 대해서 이미 다 써놨다"고 했다.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던진 것이다.

김 위원장의 보고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금융지주사 설립부터 시작한다. 삼성생명이 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가 되고, 삼성전자가 비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가 되는 시나리오다. 이후 2개의 지주회사를 연결하는 또 다른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게 김 위원장의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 2017년 4월 지주회사 포기를 공식화했다. 당시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주회사 전환이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전환 과정에서 여러 이슈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지주회사 검토 철회를 공시했다. 그럼에도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재 재계의 시각이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과 현재와 같은 계열구조를 지키려면 지주회사 전환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김 위원장과 최 위원장이 '판'을 깔아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이 방안을 내놓은 것도, 예측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며 지주회사 전환을 재검토를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외에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을 하려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많이 포기해야 한다"면서 "이는 그룹 전체의 경영권 포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포기를 공시한 것에 대해서는 "공시한 지 상당 기간이 지나서 번복을 한다 해도 공시위반이 아니며 법적 책임이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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