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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엘리엇, 감 놔라 배 놔라 지나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3 17:25

수정 2018.05.13 17:25

현대차 개편, 재벌개혁 일환
한국 정부 상대로 좌충우돌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지난 11일 말했다. 같은 날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엘리엇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군멍군이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열릴 현대모비스 주총에선 표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분을 보면 현대차가 유리하다. 현대모비스는 최대주주인 기아차(16.88%)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우호지분이 30%가 넘는다.
이어 국민연금이 9.82%를 쥐고 있다. 엘리엇은 1.6%에 불과하다. 엘리엇은 약 48% 주식을 가진 외국인 주주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하지만 3년 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통과에서 보듯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엘리엇 편에 서는 것은 아니다. 정 부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지주회사 전환 등을 요구하는 엘리엇 제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표 대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엘리엇도 현대모비스의 주주다. 따라서 회사 개편안을 놓고 의견을 내는 것은 권리다. 다만 지분에 비해 지나친 요구를 일삼는 태도는 보기에 민망하다. 두말할 나위 없이 행동주의펀드는 단기이익을 올리는 데 집중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중장기 생존전략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 사실 엘리엇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충돌한 것도 그래서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말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는 대신 총수 일가가 사재 수조원을 들여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게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조(兆) 단위 세금도 내려 한다. 공정위는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렸다. 개편안대로 하면 계열사끼리 얽히고설킨 순환출자가 말끔히 풀리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재벌개혁 정책과도 부합한다. 더불어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한 포럼에서 "현대차가 엘리엇의 요구를 따르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재벌(현대차) 역성을 든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엘리엇은 3년 전 삼성물산 합병 건을 다시 꺼내들었다.
조만간 정부를 상대로 수천억원 배상을 요구하는 투자자.국가소송(ISD)을 걸 태세다. 좌충우돌이다.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행동주의펀드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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