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자발적이지 않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

김미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4 17:17

수정 2018.05.14 17:17

[기자수첩] 자발적이지 않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10대 그룹 전문경영인 간담회에서 삼성 지배구조 재편에 대해 "2016년 2월 경제개혁연대 보고서를 보라"고 말했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정부가 선택을 강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각 그룹의 자발적 변화를 언급한 직후다.

해당 보고서는 삼성그룹이 최소 3년 이상에 걸쳐 세 단계 과정을 밟아 점진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단계는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사 설립, 2단계는 삼성전자 중심의 일반지주사 설립, 3단계는 두 개 지주회사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최종 지주사 설립이다.

보고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23%) 처분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의 자회사(삼성생명)는 비금융계열사(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다.
여기서 '지배'는 최대주주 중 최대 출자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지, 주식을 전혀 보유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란 것. 따라서 삼성생명이 삼성물산(4.63%)에 이어 2대주주가 되는 정도로만 지분조정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주식 처분기간도 최대 7년에 달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 위원장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다 팔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이유가 보고서에 제시된 셈이다.

김 위원장이 과거 보고서를 언급한 것을 두고 시장은 정부가 삼성그룹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 지주사 전환의 첫 단계인 금융지주사 전환이 이미 과거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그룹은 2016년 1월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계획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금융위는 계획안을 승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바람직한 지배구조는 기업이 경제적·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하기 위한 대전제다. 그러나 그 방식과 절차에 대해 정부가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나친 경영간섭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보고서 말미에 '삼성 지배구조 개편 과정이 보다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적었다. 지배구조 개편은 기업의 경영권과 연계된 복잡하고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이다.
퇴로를 차단한 채 기업을 압박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정부도 시장과 소통하며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mjk@fnnews.com 김미정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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