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의 숙제, 신뢰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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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험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일관되게 수행하지 못해 금융감독원에 대한 신뢰가 자라지 못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8일 취임사에서 금감원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금감원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은 금감원의 위기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작년 말 채용비리가 드러나면서 금융감독기구로서 신뢰를 잃었고, 잇따른 수장 낙마로 내부조직까지 흔들리고 있다. 위기의 금감원에 구원투수로 나선 윤석헌 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고의적 분식회계' 논란은 기업들의 불신을 키웠다. 오는 17일 감리위원회에서 삼바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금감원의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만약 감리위원회에서 금감원 손을 들어줘도 삼바가 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어서 금감원이 기업과 소송전을 펼쳐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업이 금감원을 믿지 못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감리위가 삼바의 손을 들어주면 금감원의 입지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간다.

지난주에 발표한 신한금융 채용비리건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만 하더라도 금감원은 신한금융과 관련해서 특이한 채용비리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언론의 의혹 제기로 재검사에 들어가서는 무려 22건의 특혜채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임직원 자녀 특혜채용은 물론 성차별, 나이제한까지 드러났다. 여기에 금감원 직원도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바나 신한금융 사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유를 불문하고 금감원이 발표를 스스로 뒤집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금감원의 신뢰회복은 '정명'(이름에 합당한 실질을 갖추는 것)에 있다고 했다.
금감원이 정명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기업, 금융사 등은 물론 국민의 신뢰회복이 선결조건이 돼야 한다.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데 나만 정명의 길을 간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윤 원장은 "금감원이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을 가지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위험관리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금감원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기업들의 신뢰를 얻어 금융산업에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위험관리자 역할을 했으면 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금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