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북한판 마셜플랜' 좋지만 비핵화가 먼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4 17:18

수정 2018.05.14 17:18

우리도 경협 대비하되 김칫국 마시는 일 없길
다음 달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싱가포르 대좌를 앞두고 북.미 간 '빅딜' 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핵심인사들이 대북 유인책을 잇달아 제시하면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후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빠른 비핵화라는 북한의 과감한 조치가 대전제다. 김정은 정권이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전제로 신속히 정상국가로 가는 길을 걷기를 당부한다.

지금까지 북.미 핵 담판 시나리오의 골자로 북한의 핵 포기에 상응해 북한 체제보장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방안이 거론돼왔다.
여기에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판 마셜플랜'에 비견되는 경제개발 지원책을 보탠 셈이다. 다만 그는 일단 "미국 예산을 쓰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직접적 달러 원조보다 국제기구의 금융지원이나 미국 민간자본 유치를 돕겠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2020년까지 비핵화를 해야 경제제재를 풀고 당근을 제시한다는 미국의 입장이 바뀐 건 아니다. 이는 미국이 북측에 이미 보유 중인 핵무기의 제3국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특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테네시로 들여와야 한다"며 북한의 핵무기가 들어와야 할 장소까지 구체적으로 꼭 찍었다.

미국 측 협상안의 핵심은 비핵화 막바지 단계에서 폐기될 예정이었던 '보유 핵'을 초장에 신고해 국외 반출함으로써 진정성을 보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북한 경제개발을 도울 '트럼프 플랜'도 가동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북한의 의표를 찌르는 카드다. 혹여 북측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쇼 이후에도 핵무기 일부를 숨기거나, 핵 맨파워를 유지해 핵보유국 지위를 지키려는 속셈이었다면 그렇다.

결국 선택은 북한의 몫이다.
김정은 정권의 앞날에 중국식, 혹은 베트남식 개방 이외에 다른 활로가 있을 리 만무하다. 경제 봉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불시 핵사찰이나 핵.미사일의 조기 반출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북한이 비핵국가로 포장된 핵보유국으로 남게 될 것(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이라는, 북 내부사정에 정통한 전문가의 예측이 빗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