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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디지털 문명 '대륙의 침공'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4 17:18

수정 2018.05.14 17:18

[fn논단] 디지털 문명 '대륙의 침공'

최근 한국은행이 우리 사회 디지털 문명의 인식 정도를 보여주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모바일뱅킹 사용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했더니 전체 사용비중은 인구 대비 46%인데 20대 74%, 30대 72%, 40대 61%, 50대 33.5%로 점점 낮아져 60대 이상은 5.5%로 나타났다.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과 '안전장치 불신'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신문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통계자료다. 사회의 제도과 규범, 법률은 구성원의 생각에 기반해 결정된다. 이 데이터를 보면 우리가 왜 지나치게 개인정보 보호를 주장하고 디지털문명을 배척하면서 기존 사회체제를 유지하려는지 그 이유가 명백해진다.
바로 사회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50대 이상 어른들의 고집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륙의 문명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역사적으로도 대륙의 문명은 항상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었다. 청동기문명으로 잘살던 시절, 대륙에서 등장한 철기문명에 의해 엄청난 변화를 겪어야 했고 불과 100년 전에도 인의예지로 잘 다져진 국가를 서구 대륙에서 팽창한 과학기술 문명에 의해 송두리째 빼앗겨야 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대륙문명의 중심국가 사이에서 생존의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형편이다. 내치를 잘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문명과의 조화가 우리의 생존에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이미 디지털문명의 시대, 포노사피엔스 시대로 전환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특징은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로 활용돼 인류의 능력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라면 은행에 가지 않아도 은행 업무가 처리되며, 매장에 가지 않아도 물건을 살 수 있다. 우리나라 40대 이하 청장년은 이런 문명에 빠르게 적용하고 있는 반면 50대 이상에게는 아직 불편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등장에 맞춰 새로운 패권 쟁탈전에 돌입했다면 이 나라의 주인이라 자부하는 50대 이상이 스스로 나서 불편해도 받아주는 게 맞다.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은 빅데이터를 모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시대로 전진하는 중이고 중국은 이에 질세라 알리바바, 텐센트를 중심으로 중국 방식의 디지털 신문명을 창조 중이다.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상징이라는 미국의 우버는 중국에서는 디지추싱으로, 동남아에서는 그랩으로 이름을 달리하며 택시문명을 바꾸고 있다. 택시뿐인가. 호텔, 금융, 유통, 방송 등 거의 모든 비즈니스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이 현실이 됐다. 사실 우리가 주장하는 '개인정보 보호'와 '기존 경제시스템 보호'는 논리적 토대에서 아무 흠결이 없다. 다 같이 잘살자는 것이다. 문제는 대륙 문명과의 시각차다. 우리는 대륙 신문명이 도래할 때마다 그 차이로 인해 엄청난 고난의 시기를 보낸 역사를 갖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 경제시스템 변화는 대륙의 문명을 받아야 할 때라고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메시지는 젊은 세대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다.
포노사피엔스 문명을 거부하는 어른들이여, 우리 후손을 위해 각성하라.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 대한민국에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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